기름값이 급등하자 정부가 유류세제 개편을 고심하는 모양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사람에게 유류세를 낮춰주는 것보다는 선별적으로 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 큰 차 타는 분들의 부담까지 덜어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유류세를 일률적으로 인하하지 않고 소득별 차등 적용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서민 부담을 덜어주되 세수 감소는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그렇다고 간접세인 유류세의 소득별 차등 적용이 말이 되는지 의문이다.

재정부는 그동안 유류세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내려봐야 국제유가가 뛸 때는 인하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고, 유류 세수가 전체 세수의 10%를 넘는 상황에서 자칫 세금만 축낼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나중에 세율을 다시 올리게 되면 그때는 조세저항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입장 선회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같은 원유를 수입해 쓰는 일본의 기름값은 왜 우리보다 덜 오르는지 살펴보라”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어쨌든 기름값에 세금이 너무 많이 붙는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교통세(±30% 탄력세율)가 휘발유의 경우 ℓ당 475원인데 현재는 11.4%가 할증돼 529원이 붙고, 여기에 주행세(26%)와 교육세(15%)가 더해진다. 그리고 세후 공급가에 10% 부가세가 또 매겨진다. 유류세가 기름값의 반을 차지할 정도다. 에너지 절약이 필요한 고유가시대에 기름값 내리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정부가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고 한다면 유류세를 손대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애당초 정유사 손목을 비틀어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개편의 방향이다. 정부가 간접세인 유류세를 내리겠다면 일률적으로 하는 것이 맞지 지금처럼 무슨 소득별 차등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세 증세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까지 소득세로 전가시키겠다는 발상 아닌가. 그런 식이면 부가세까지 소득별로 차등화하자는 얘기가 안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