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74)이 476억여원 탈세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허위소송, 주주명부 위조 등 방법으로 세금 부과를 교묘히 피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윤희식)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김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두 아들에게 회사 주식 185만주(시가 730억원)를 주면서 내야하는 증여세 476억770만원을 전액 탈세했다. 김 회장은 2004년 롯데관광개발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기로 하면서 탈세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 소유의 주식을 임원 소유인 것처럼 꾸민 다음 이 주식이 실제로는 아들들의 차명주식인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이었다. 차명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증여세가 면제된다.

김 회장은 1991년부터 회사 임원 2명 명의로 보유해온 주식을 1998년 12월 자기 명의로 실명전환했다가 아들들에게 증여하기 위해 소유 관계를 다시 위장키로 했다. 2004년 9월 임원들로 하여금 허위로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해 명의를 임원들 앞으로 재전환했다. 이후 2008년 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이 당시 성년이 된 아들들인 것처럼 허위 내용의 주주명부와 주권, 확인서 등을 꾸며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 담당 직원에게 제출했다. 그러면서 증여세 부과징수 시효(15년)를 넘긴 지난 1978년에 이미 두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법상 주주명부는 주식 소유관계 인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서로 취급받는다. 서울지방국세청은 김 회장측 주장을 받아들여 과세를 취소했으나 감사원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재조사에 착수, 지난해 7월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두 아들에 대해서는 가산세를 포함, 620억원을 추징해 지난해 9월 주식으로 대납받았다.

검찰은 김 회장이 2004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세금 포탈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고령인데다 거액의 세금을 전액 납부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0)의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66)의 남편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