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법률자문을 누가 맡았는지를 놓고 법무법인 태평양과 광장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태평양은 자신들이 단독으로 법률자문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광장은 공동 인수자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인수 규모가 3조9157억원에 이르는 만큼 법률자문사를 맡았느냐에 따라 자문실적 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광장은 하나금융에 ‘인수자문 확인서’를 써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로펌 간 ‘무한경쟁 시대’의 뒷모습이다.

◆광장, 하나금융에 확인서까지 요청

외환은행 인수 자문 "나만 했잖아" "나도 했거든"
태평양은 2010년부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법률자문을 진행해왔다. 그런 만큼 태평양이 이번 인수·합병(M&A)의 자문사를 맡았다는 것에 대해선 이론이 없다. 문제는 광장이 자문사 역할을 수행했는지 여부다.

광장은 2011년 9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 승인절차에 대한 법률 검토 위임’ 계약을 체결하면서 M&A에 참여하게 됐다. 이를 통해 광장은 외환은행 매각자인 론스타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

광장은 외환은행 인수의 핵심이슈로 론스타의 최대주주 적법성 문제가 부각됐던만큼 공동 인수자문사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된다는 입장이다. 광장 관계자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 등 가장 문제가 됐던 걸림돌을 광장이 풀어낸 만큼 인수자문 자격이 된다”며 “해당 문제를 처리하며 10여차례 이상 법률 검토서를 보냈고 하나금융 측과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태평양의 의견은 다르다. 태평양 관계자는 “광장이 한 일은 법률 검토 의견 2건을 제출한 것이 전부”라며 “매각 및 매수 측 법률자문이 아닌 객관적인 제3자가 필요해 한시적으로 맡긴 업무를 처리하고 매수자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툼이 치열해지자 광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인수자문을 수행했다’는 요지의 확인서를 작성해 줄 것을 하나금융에 요청했다. 태평양 관계자는 “광장의 고위급 변호사가 하나금융 경영진에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광장 스스로도 인수자문 자격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광장 측은 “이전에 비슷한 문제로 논란이 됐던 적이 있어 요청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순위 다툼 결과

두 로펌 사이의 논란은 치열한 순위 다툼에서 비롯됐다. 한국경제신문 등이 산출하는 M&A 시장의 법률자문 순위는 해당 로펌의 성가를 결정하는 동시에 영업에도 큰 영향을 준다. M&A 자문 규모 1위가 매년 10조~20조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4조원에 가까운 외환은행 인수 자문은 올 순위를 좌우할 변수다.

김앤장은 외환은행 매각자인 론스타의 법률자문을 맡았다. 김앤장과 태평양의 양강전이 될 수 있었던 올해 M&A 법률자문 경쟁이 광장의 참여로 3파전으로 바뀐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고가 있으면 피고가 있고, 매각자가 있으면 인수자가 있어 로펌업계에서는 2등까지가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라며 “김앤장이 확고한 1등을 다지고 있는 만큼 다른 로펌들은 치열한 2위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 로펌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가운데 하나금융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못하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어떻게든 인수작업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로펌들에 일을 맡겼는데 논란이 될지 몰랐다”며 “로펌 간 경쟁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만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3월1일 오전 8시52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