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경제 '시계' 덕에 살았네
스위스가 예상을 깨고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스위스프랑 강세라는 악재를 수출경쟁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스위스 연방경제부 산하 대외경제국은 1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들의 평균 경제성장률 -0.3%를 웃도는 것이다. 지난해 스위스 경제성장률은 2.6%였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스위스프랑 강세로 스위스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가 이런 악재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덕분이다. 스위스의 지난해 4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2.8% 증가했다. 국내 총투자액도 2.5% 늘었다. 수입은 0.4% 감소했다.

수출 증가는 시계를 비롯한 정밀기계 산업이 이끌었다. 지난해 스위스의 시계 수출은 2010년보다 19.2% 증가한 193억스위스프랑(23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였다. 스위스 최대 시계 제조업체인 스와치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70억스위스프랑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고급화 전략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으로 스위스 시계 산업이 세계 경제 침체를 비켜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생산량 기준으로 스위스산 시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에 못 미친다. 그러나 금액 기준으로는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전체 수출 물량의 55.4%를 아시아 시장에 수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스위스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올해도 스위스프랑 강세가 지속될 전망인 데다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경제성장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는 2.7% 올랐고 1~8월엔 20% 급등했다. 스위스프랑 강세가 지속되자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지난해 9월 환율 하한선을 설정,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실시했다. 스위스가 고정환율제를 실시한 것은 1978년 당시 서독 마르크화에 대해 환율 마지노선을 설정한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