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영국 은행 바클레이즈는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북미지역 투자은행(IB) 부문과 본사 건물을 사들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내린 과감한 결정이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천재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다른 한편에선 ‘완전히 미친 짓’이라는 말도 나왔다.

리먼 인수를 주도했던 봅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즈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말했다. 17억5000만달러라는 가격은 상상하지 못할 헐값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리먼의 북미지역 IB 부문은 바클레이즈가 인수한 뒤 ‘미운 오리새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했다. 바클레이즈는 ‘금융위기의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불황 이긴 승자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다이아몬드와 같이 기업이나 스포츠팀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한 게임체인저 27인을 선정해 1일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여간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주인공들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단 한 명의 게임체인저로 기업 또는 조직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외식업체 데니스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자 ‘2-4-6-8달러’ 메뉴를 도입했다. 2달러짜리 팬케이크, 4달러짜리 토스트와 감자칩, 6달러짜리 햄버거 세트 등이다. 지갑이 얇아져 외식을 줄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저렴한 메뉴를 내놓은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마케팅 전략을 세운 사람은 프랜시스 앨런 데니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던킨도너츠와 펩시 등을 거친 마케팅 베테랑이다. 그 덕택에 데니스는 침체 속에서도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데니스 고객 5명 가운데 1명이 2-4-6-8달러 메뉴를 찾는다.

일본 올림푸스의 대규모 회계부정을 폭로한 마이클 우드퍼드도 이름을 올렸다. 영국 출신인 우드퍼드 전 CEO의 고발로 올림푸스는 15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났고, 경영진은 대거 물갈이됐다. 영국 선데이타임스 등은 우드퍼드를 ‘올해의 경영인’으로 선정했다.

◆스타 게임체인저 탄생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CEO는 대표적인 ‘스타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2009년 6월 파산한 GM은 지난해 2년 반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단기간에 화려한 부활을 이끈 주인공은 애커슨이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그는 부실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했다. 또 연비 효율이 높은 중·소형차 라인업을 강화, 실적을 끌어올렸다.

기업들이 운명을 바꿔줄 것으로 기대하며 스타 게임체인저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미국 3대 백화점 체인인 JC페니는 작년 11월 론 존슨 애플 소매 부문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는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스토어’를 세계 최고 소매매장으로 키워낸 인물. 존슨은 실적 부진에 빠진 JC페니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최근 전 품목을 최소 40% 할인하는 상시할인 정책을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캠프를 이끄는 짐 메시나도 스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재선 캠프를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활약 덕분에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치자금을 모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 경영에서는 기존의 시장을 뒤흔들 만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