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꿈' 800년 만에 현실로…'경인 아라뱃길' 열었다
“경인 아라뱃길 개통으로 800년 동안의 꿈이 현실이 됐습니다. 홍수 예방을 비롯해 물류비 절감, 관광객 유치라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김완규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고려의 꿈' 800년 만에 현실로…'경인 아라뱃길' 열었다
인천시 오류동 인천터미널과 경기 김포터미널을 잇는 길이 18㎞의 ‘경인 아라뱃길’은 국내 최초·최대 인공 운하다.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아라뱃길은 2009년 3월 첫삽을 뜬 뒤 2년여 만인 지난해 10월29일 임시 개통됐다. 오는 5월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본격적인 아라뱃길 공사는 2009년부터 시작됐지만 그 역사는 800년 전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라뱃길은 오랜 시간 여러 차례 시도됐음에도 이루지 못한 우리 민족의 숙원사업이었다.

◆수차례 실패로 돌아간 운하 건설

아라뱃길 건설을 향한 첫 시도는 800여년 전인 14세기 고려 고종 때 시작됐다. 당시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중앙정부로 운송하던 조운(漕運)항로는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염하를 거쳐 서울 마포로 들어가는 항로였다. 하지만 염하는 만조 때만 운항이 가능했고, 손돌목(강화군 불은면 광성리 해안)은 뱃길이 매우 험했다. 이에 따라 당시 무신정권을 이끌던 최이는 안정적인 조운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굴포운하를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로는 두꺼운 암석층을 뚫는 게 불가능해 실패로 끝났다.

조선 중기 중종(1530년) 때 또다시 운하 건설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때 판 도랑이 지금의 굴포천이다. 현대에 들어선 1966년 서울시 가양동에서 인천시 원창동 율도까지 총연장 21㎞의 운하 건설이 추진됐지만, 경인지역의 급격한 도시화와 지역 개발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7년 굴포천 유역 대홍수를 계기로 운하 건설 논의가 재개됐다. 당시 굴포천이 범람하면서 사망 16명, 이재민 5427명, 재산피해 420억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입혔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및 전문가들이 20여년에 걸쳐 경제성·환경영향 검토를 거친 뒤 2008년 12월 아라뱃길 건설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이후 2조2500억원을 들여 2년여간의 공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5월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운하건설로 1석3조 효과 기대

고려·조선시대 때 운하를 건설하려고 했던 목적은 ‘조운 항로 개척’이라는 물류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아라뱃길 건설은 물류뿐 아니라 방재 및 관광·레저 활성화라는 세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사업 시행사인 수자원공사 측의 설명이다.

우선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예방 및 효율적 유지 관리가 가능하다. 아라뱃길이 방수로 용도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 방지(100년 빈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홍수 방재 효과는 지난해 여름 100년 만의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피해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이미 증명됐다는 게 수자원공사 측 설명이다.

물류비 절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인천항의 기능 분담과 함께 경부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는 물동량을 흡수해 내륙 교통난을 완화할 수 있어서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운하를 통할 경우 트럭 250대 수송분량의 컨테이너를 한번에 실어나를 수 있다. 운하는 연료효율이 철도의 2.5배, 도로 운송의 8.7배 수준이라는 미국 교통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화·관광·레저 등의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아라뱃길 건설로 인한 효과로 지적된다. 아라뱃길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송도·청라지구 등 주변 중심지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라뱃길의 명소 ‘수향 8경’

아라뱃길엔 지난해 10월부터 3척의 유람선이 인천과 김포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5월 중 정식 개통되면 총 9척의 여객 유람선이 아라뱃길뿐 아니라 인천 연안 섬들까지 운항할 예정이다. 뱃길은 폭 80m, 수심 6.3m로 조성됐다. 5000t 규모의 화물선 두 척이 양 방향으로 다닐 수 있는 규모다.

아라뱃길엔 지금도 막바지 친수경관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이달 말 기준으로 터미널과 갑문 등 주요 시설의 공정률은 98%에 달하지만, 조경 등 부대공사는 진행 중이다. 운하를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36㎞)과 경관도로(15.6㎞)는 대부분 공사를 끝냈지만 그외 지역은 공사가 다소 늦었다.

“아라뱃길의 자랑거리인 ‘수향8경’ 공사가 끝나면 고층 아파트만 보이는 한강 유람선과 달리 다양한 경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수자원공사의 설명이다. 아라뱃길 수변을 8개의 테마별 거점인 ‘수향8경’으로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아라뱃길 최대 명소로 불리는 아라폭포가 대표적이다. 또 김포터미널 인근엔 요트·마리나 테마파크를 건설, 수상레포츠 저변 확대 및 기업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라뱃길의 관광객 유치가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김포와 여의도를 연결하는 서해뱃길 조성사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뱃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완공을 앞둔 수경8경뿐 아니라 운하 전 구간에 걸쳐 시민들의 볼거리가 더 많이 건설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