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민우 신임 벤처협회장 "벤처가 대기업 되는 생태계 조성"
“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죠. 벤처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쑥쑥 커갈 수 있도록 각종 걸림돌을 없애고 바꾸는 데 힘쓸 겁니다.”

29일 벤처기업협회장에 취임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51·사진)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 회장은 이날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와 공동회장을 맡아 협회를 이끌게 됐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그는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를 거쳐 1993년 다산네트웍스를 설립, 국내 굴지의 통신장비업체로 키워낸 벤처 1세대다. 작년 매출은 1306억원. 그런 만큼 벤처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남 회장은 과거처럼 벤처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요구하기보다는 벤처 토양을 닦고 다지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벤처기업이 성장해서 중견기업이 되고, 나아가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회수가 용이하도록 기업공개는 물론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소신도 갖고 있다. 남 회장은 “국내 기업들은 덩치가 커지면서 극복해야 할 차별들이 많다”며 “창업 초기부터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에 걸쳐 일관된 기업 육성 정책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 정책을 마련하는 게 벤처기업 육성 못지않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남 회장은 올 한 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면서도 바쁜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과 총선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 회장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것은 아니다. 남 회장은 “벤처업계의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하고 이것이 정책에도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협회가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며 “벤처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기보다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도록 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남 회장은 “기업가정신재단을 함께 만드는 등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다”며 “서로 찰떡궁합이어서 협회를 이끌어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케(INKE·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의 역할 확대도 계획 중이다. 남 회장은 2004년부터 2년간 제3대 인케 회장을 지냈다. 남 회장은 “인케가 양적이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77개 해외지부를 갖춘 인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