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엘피다가 삼성전자를 이길 수 없는 5가지 이유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이자 일본 최대 D램 업체인 엘피다가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 규모 파산이다. 엘피다 파산이 일본 전자업계의 우울한 자화상으로 비쳐지고, 제조업 일본의 쇠퇴를 싱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일본은 충격에 휩싸였다. 엘피다의 운명은 이미 예견됐던 결과다. 엘피다는 삼성전자를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오너십에 기초한 기업가 정신이 성패를 갈랐다. 삼성은 불황 속에서도 초대형 투자를 지속해왔다. D램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떨어질 때 오히려 추격자를 완전히 따돌리는 공격형 전략을 채택했다. 반면 엘피다는 불황 때마다 투자를 줄였고 따라서 호황기가 와도 제대로 추격하기 어려웠다. 주인 없는 기업에서 과감한 투자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은 철저히 시장 주도로 나간 반면 엘피다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관치기업이었다. 삼성은 정부 공무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시작한 기업이다. NEC-히타치-미쓰비시가 연합해 엘피다가 탄생했을 때 반도체 사업은 이미 국영 사업이 되었다. 엘피다가 파산 위기에 내몰렸을 때 일본 정부가 수천억원의 공적자금을 긴급 투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 측면에서도 엘피다는 삼성의 적수가 못됐다. 삼성은 반도체를 시작할 때부터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D램 시작 9년 만인 1992년 일본을 추월한 뒤에도 지난 20년간 멈추지 않고 시장을 리드해 나갔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일본이 뒤늦게 엘피다를 통한 연합전선으로 대적했지만 승부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사설] 日 엘피다가 삼성전자를 이길 수 없는 5가지 이유
삼성의 스피드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은 메모리 시장을 추격할 때 신제품 개발을 순차적이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병렬형 개발방식을 채택해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시장 1위로 올라선 뒤에도 신제품 개발과 대량 생산라인 건설을 병행할 정도였다. 작년 엘피다가 20나노급 D램 개발을 발표했을 때 삼성이 두고 보라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이유도 개발-양산 간 스피드 측면에서 그 누구도 삼성을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삼성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엘피다에는 없는 월등한 강점이다. 재벌체제 계열화 등을 놓고 말들이 많지만 반도체 등 소재에서부터 전자제품 등 완제품에 이르는 수직 통합적 사업구조가 갖는 융합 효과는 막강하다. 규모와 범위의 양 측면에서 엘피다가 삼성을 쫓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한국의 반기업 선동가들은 삼성전자의 바로 이 성공 방정식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 모골이 송연한 터무니없는 공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