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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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일본의 중국 전문가 소마 마사루가 쓴 책 ‘시진핑’(한국경제신문사)에 나오는 시진핑(習近平·59) 중국 부주석의 모습이다. 저자는 또 그가 사려 깊되 일면 교활한 성격과 태도를 지녔다며 그건 모두 힘겨웠던 젊은 시절에 형성된 듯하다고 말한다.
10대에 겪은 역경과 고통, 이후의 오랜 지방 생활이 어떤 경우에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속마음을 잘 감추며 침착하고 담대하게 보이는 인물을 만들었다는 것.
시진핑은 1953년 6월 당 선전부장이던 시중쉰의 아들로 태어났다. 진핑은 베이징(과거엔 北平) 인근 태생이란 뜻.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 덕에 수영장과 급식용 우유 공급을 위한 우사까지 갖춰진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1962년 가을 아버지가 반혁명분자로 체포되면서 행복은 끝났다.
악당의 아들로 몰린 그는 척박한 고원지대인 옌촨현 량자허로 쫓겨갔다. 땅굴 같은 곳에서 벼룩에 물리고 밤낮없는 노동에 시달리자 베이징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민중을 두려워하라는 백부의 말에 돌아간 뒤 그곳 사투리를 익히고 농사일을 비롯한 노동에 앞장섬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지금도 그는 오늘의 자신은 순전히 그 시절의 고생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7년간의 샨시 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 모두 성장했으며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을 단련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심신에 밴 헝그리 정신이 단호함을 감춘 미소와 인내로 리커창 등 경쟁자와 수많은 정적을 물리치고 13억의 차기 수장 자리에 오르게 이끌었다는 얘기다.
시진핑은 오는 10월 치러질 제18기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의 뒤를 이은 공산당 총서기가 되고, 내년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 될 예정이다. 최후의 변수가 있을 수 있다지만 태자당(전임 간부들의 자식들)의 일원으로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과 상하이방까지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만큼 무난히 주석 자리에 오를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최근 미국 및 유럽 방문에서 보인 은은한 미소와 친서민적인 소탈한 언행, 유연하면서도 당당한 태도로 국내외 모두에서 지도자의 역량을 인정받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과 우리의 이해관계는 실로 복잡 미묘하다. 누가 장차 노회한 시진핑을 상대로 외교와 경제 모두에서 국익을 챙길 수 있을까. 판단은 어디까지나 유권자의 몫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