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입차 열풍 불편한 진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최근 “수입차는 부유층만 탄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를 보면 그렇다. 과거 40대 이상이 주된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30대가 34.5%로 가장 많다. 20대도 9%에 이른다.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월급이 400만원인데, BMW 3시리즈를 24개월 또는 36개월 할부로 구입하려고 합니다’는 글을 올리자 수입차 딜러들의 친절한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차값의 30%만 선수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24개월 또는 36개월 할부로 수입차를 사는 젊은 직장인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신규 등록)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2009년 그 비율이 4.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한 수입차업체 사장은 “한국은 자동차생산 세계 5위인 자동차강국이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았으며 이제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수입차=사치품’이란 고정관념이 사라지면서 젊은층의 자유로운 개성표출과 소비의 다양성이 수입차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기업 직원 김모씨(39)는 “내 돈 주고 수입차 타는 데 거리낄 게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입차를 ‘내돈 내고 타고 다니는 사람’은 53%다. 나머지는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이 고객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개인구매 고객이 40%에 불과하다. 벤틀리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3억원 이상 초고가 수입차는 90%가량이 법인 구매다.

[취재수첩] 수입차 열풍 불편한 진실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과 기업체 오너들이 회사 돈으로 수입차를 리스해 개인 용도로 쓰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모그룹 오너는 법인명의로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을 구입, 자녀 통학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들통났다. 작년에 영업정지된 강원도민저축은행의 창고에서 수억~수십억원짜리 고가 수입차 20여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 수입차 딜러는 “고소득 개인사업자들이 고가 수입차를 선호하는 것은 과시욕도 있지만 세금을 아끼기 위한 목적도 크다”고 전했다. 리스비용 전액을 비용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돈 내고 5000만원짜리 수입차를 타는 사람과 회사 돈으로 수억원짜리 수입차를 굴리는 사람은 분명 다르다.

장진모 산업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