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미회담, 6자회담으로 이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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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첫 회담…비핵화 청신호
대화 조성해야 새 정부 부담도 적어…한미공조 한중협력으로 대화 지속을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 교수 yangmj@kyungnam.ac.kr >
대화 조성해야 새 정부 부담도 적어…한미공조 한중협력으로 대화 지속을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 교수 yangmj@kyungnam.ac.kr >
이번 회담에서는 30만 규모의 대북영양식 지원과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영양식의 지원기간,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의 중단방법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 시점 등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는 미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앞으로 남북간, 북·일 간 양자회담이 개최된다면 미합의된 부분도 조속히 해결될 수 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줬다.
제3차 북·미 고위급회담은 네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첫째, 북한 김정은 체제가 핵억제력을 강화하기 전에 대화의 장에 먼저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연기된 회담이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6자회담 참가국들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성격과 방향성을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태도를 가늠하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었다. 따라서 제3차 북·미 고위급회담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로서 영변 우라늄 공장 가동 중단, IAEA 사찰 허용 등의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지난해 두 차례 회담보다 진전된 입장을 보인 것은 6자회담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둘째, 이번 회담은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서도 결코 나쁘지 않다. 최근 이란 핵·제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가 갑작스런 변수로 튀어 나오는 것은 달갑지 않다. 북한의 돌발적인 행동을 방지하면서 대선이 끝날 때까지 관리해 나가는 것이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바람직하다. 따라서 미국은 추가 북·미 대화 혹은 6자회담 재개의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묶어두려 할 것이다.
셋째, 올해 초부터 통미봉남을 본격화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대화 유지는 나쁘지 않다. 미국의 대선가도에서 북한에 강경한 공화당보다는 현 민주당 행정부가 나은 측면도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결속과 외부지원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미국과의 대화를 유지하고 지원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넷째, 한국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물론 남북간 대화뿐 아니라 남북비핵화회담도 실종된 상황에서 우리의 입지가 매우 작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 우라늄농축 활동의 중단과 사찰이 진행되고 대북지원이 재개된다면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올해 북한의 돌발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또한 이번에 데이비스 대표가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을 계속 주문하고 있으며, 나아가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된다면 6자회담 내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간 현안을 다룰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결론적으로 제3차 북·미 고위급회담에 이은 대화의 흐름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추가적인 북·미 협의를 통해 북한의 영변 우라늄 핵시설 가동을 동결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를 유도해 내야 할 것이다. 대선 국면인 한국의 입장에서도 올해 북핵문제가 관리·논의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것이 어떤 정부인지는 몰라도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에 부담이 적다.
올해 북한은 도무지 남북간에는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북·미 대화, 6자회담 등을 통해 남북 비핵화 회담, 나아가 남북대화까지 견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 공조와 한·중 협력을 통해 북한을 계속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 교수 yangmj@kyungna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