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장이 미·이란 전쟁에서 배운 것
김현석 글로벌마켓부장
안전 자산은 없다
우선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P500지수는 지난 3월 30일까지 고점에서 10% 가까이 떨어졌지만 이후 11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통상 지정학적 충격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가 1939년부터 주요 지정학적 사건 30건을 분석했더니 S&P500지수의 바닥은 초기 충격이 가해진 뒤 평균 3주 후 나타났다. 그리고 중간값 기준으로 약 34일 만에 충격 이전으로 회복했다. 작년 4월 ‘해방의 날’ 충격, 2020년 팬데믹 때도 증시 회복세는 재빨랐다.두 번째 ‘안전 자산’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 투자 전략에서 국채, 특히 미국 국채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유가가 뛰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채권은 주식과 함께 하락했다. 미국 달러도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은 “분쟁 초기 6주 동안 달러는 유가와 이례적으로 밀접하게 움직였고, 휴전 발표 이후 과거 패턴보다 훨씬 더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금 역시 위험 자산처럼 움직이며 주식과 함께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월가는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이 커지면서 유동성이 경색될 때 유동성 공급원으로 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전통적 안전 자산이 제 역할을 못하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세 번째 에너지는 더 중요해졌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에너지 공급이 끊기자 각국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는 석유와 천연가스 비축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에너지 안보 우려는 계속해서 높아질 수 있다. ING는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거나 선별적 통행을 허용한다면 원유 공급이 예고 없이 줄어들 수 있어 유가에 지속적 위험 프리미엄이 붙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