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마지노선 대치하면 협상 길어질수도

레미콘 공급중단 사태가 한고비를 넘기고 해결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사태의 발단인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유관 업계 간 이견이 많이 좁혀져 이번 주중 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 '가격 마지노선'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의외로 막바지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건설·레미콘·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각 업계 대표자들은 월요일인 27일 네번째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다.

일단 레미콘업체들이 지난주 사흘 동안의 공급중단을 끝내 전국 건설현장이 멈춰설 뻔한 위기를 넘긴 만큼 업계 간 자존심 대결보다는 실질적인 해결책 모색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과 건설 업계를 중심으로 한 기 싸움이 사실상 끝나면서 무엇보다 이제는 시멘트 가격 인상 폭에 관심이 쏠린다.

레미콘 가격 조정 폭도 이에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물밑에서 건설, 레미콘, 시멘트 업계에 타협을 독려하고 있어 주목된다.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합의에 앞서 레미콘업체들이 먼저 공급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데는 건설업계의 압박뿐 아니라 지식경제부의 강력한 요청도 한몫 했다는 전언이다.

3개 업계가 초반 평행선을 달리던 모습과 달리 이견을 좁히며 타협하려는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조금씩 견해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우선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을 올려줄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리고 t당 7만원대 초반까지 인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시멘트 가격을 종전 t당 6만7천500원에서 7만6천원으로 올린 시멘트업체들도 다소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서로 제시하는 금액의 격차가 줄고있어 조만간 시멘트 가격 타결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당 업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시멘트 가격이 합의되면 거의 동시에 레미콘 가격도 합의될 수 있다.

시멘트가 레미콘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타결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의 제시액 차이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각자 '마지노선'을 내세워 서로 추가 양보를 거부한다면 다시 갈등이 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제시한 액수로는 상당수 시멘트회사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그 정도 수준의 인상이라면 적자폭을 줄이는 수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주원료인 국제 유연탄 시세가 140달러대로 오른 데다 지난해 국내 산업용 전기료도 12% 올랐기에 적지않은 폭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국내 주택·건설경기 침체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주요 자재인 레미콘과 시멘트 가격을 많이 올려주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공급중단을 풀기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벼르는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 사이의 협상도 남아있어 완전 타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매년 반복되는 시멘트, 레미콘 가격 협상 문제에 대해 31개 대형건설사 자재담당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 이정훈 회장은 "구매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연구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