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바가지'어글리 코리안'어느 정도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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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2800원 가격표 보여주고 카드로 32만원 긁어
310만원 성형 700만원 '덤터기'…여관·모텔 1박에 40만원까지
"노점상 번호 매겨 관리하라" 외국인들 하소연하기도
310만원 성형 700만원 '덤터기'…여관·모텔 1박에 40만원까지
"노점상 번호 매겨 관리하라" 외국인들 하소연하기도
대만으로 돌아가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은 그는 깜짝 놀랐다. 가방값 결제액이 32만8000원으로 돼 있었던 것. 영수증에도 32만8000원이 찍혀 있었다. 명품 브랜드도 아닌 평범한 가방을 10배나 비싸게 산 그는 지난 8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며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이메일로 신고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상혼’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바가지를 씌우는 장소도 재래시장에서부터 포장마차, 콜밴, 성형시술 병원까지 다양하다. 한두 번 바가지를 경험한 외국인들이 재방문을 포기하거나 반한(反韓) 이미지를 확산시킬 경우 외래관광객 1000만 시대의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바가지 실태 어떻기에…
최근 한국을 방문한 40대 일본 여성 유키코 씨는 “명동이나 시장에서는 물건값을 물어볼 때와 계산할 때 금액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한국어 공부를 하다보니 그게 아니란 걸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물건을 살 뜻을 보이면 상인들이 가격을 올린다는 것. 유키코 씨는 “일본에선 절대 이런 일이 없다”며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노점상을 포함해 점포에 번호를 매겼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일본인 미야케 씨는 “서울 명동에서 ‘일본어’라고 한자가 적힌 밴형 택시를 타고 롯데시티호텔마포까지 갔는데 요금이 9만원 가까이 나왔다”며 “수중에 7만4000원밖에 없다고 하자 깎아준다기에 있는 돈을 다 털어주고 내렸다”고 했다. 그는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면서 “밤중인 데다 여자 둘이 탔기에 무서워서 바가지인 줄 알면서도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콜밴으로 서울 동대문에서 충무로까지 2㎞를 타고 33만원을 낸 사례, 서울 광장시장에서 족발과 떡볶이 등 2만원어치도 안 되는 음식을 먹고 5만원 가까이 낸 사례도 있다. 공깃밥 한 그릇에 5000원, 파전 하나에 2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의료관광 분야에서도 바가지가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700만원을 주고 코를 높이고 쌍꺼풀을 만든 중국인 왕모씨(25)는 “한국인에게는 똑같은 수술을 해주고 310만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단속 강화… 바가지 고질병 근절될까
외국인을 겨냥한 바가지 상혼의 실태가 도처에서 드러나자 정부는 서울 종로 명동 동대문 등 외국인 관광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콜밴의 불법 영업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등 강력 대처키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 콜밴의 식별 방법, 부당요금 요구시 신고 요령 등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 외국인 관광객 방문지역에 배포하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23일 낮 명동거리에서 ‘2012 다시 찾고 싶은 한국’ 캠페인을 열고 내외국인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며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어울리는 안전한 한국관광 환경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관광을 안전하게 하려면 365일 24시간 열려 있는 ‘1330 티티콜’을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1330 티티콜’은 관광정보뿐만 아니라 유사시 112 연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그는 설명했다.
2010년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외국인의 신고 건수는 750건으로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그 중 단연 1위는 바가지 요금이다. 오는 5월 여수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숙박시설이 모자라자 모텔과 여관들이 아예 객실예약을 받지 않거나 1박에 40만원을 호가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