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파견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자동차는 당장 전체 근로자의 22%인 사내하도급 근로자 8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다른 자동차 회사는 물론, 조선 철강 전자 등 사내하도급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주요 기간산업체들도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며 크게 당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내하도급 문제의 핵심은 고용 유연성이다. 자동차산업과 같은 장치산업이 경기변동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고용 유연성이 반드시 보장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법 체제 아래서 이를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 근로기준법이 정당한 이유없이는 해고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을 정해놓고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다. 그나마 경영상 불가피한 정리해고도 ‘노조와의 협의’라는 엄격한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산업현장에서 인력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무한 이기주의는 단체협약으로 배치전환 등을 제한하고 있어 적기에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노사가 합의해낸 제도가 바로 사내하도급이다. 그런 유일한 고용 유연성 확보 수단이 이번에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과는 뻔하다. 경쟁력 상실이 필연적이다. 선진국은 국가 경제에 영향력이 막대한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독일과 일본도 해고 제한 철폐, 근로자 파견 업종 제한 폐지, 차별적 임금 적용 등을 위한 적극적 법 개정으로 폭스바겐과 도요타의 경쟁력을 유지시키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위한 조치다.

국회는 근로자들의 표에만 매달려 세계에서도 가장 경직적인 노동법을 만들어왔고, 사법부는 법 조문에만 매달려 국가 경쟁력을 도외시한 판결을 양산해 왔다. 선거철을 맞은 정치권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 관계법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거품을 문다. 기업들이 국내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