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길! 찾아도 없으면 만들어라
요즘 우리 큰 딸이 제일 열심히 보는 TV프로그램은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같이 시청해 보니 참가자들이 여러 가지 미션을 해결하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같은 조건에서 어떤 참여자가 더 진심이 깃든 노력을 다하는지와 어떻게 성공해 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보는 사람들이 감동을 받게 되는 듯했다.

과도한 경쟁은 분명 단점도 있겠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 한시도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차세대 여성 리더들을 육성하기 위해 ‘WIN(Women In iNnovation)’이라는 모임을 운영하면서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멘토링을 하다 보면 여성이란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후배들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은 자신의 상황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주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랜 직장생활을 해온 여성 선배에게 들으리라고 예상한 답변은 아니었겠지만, 필자는 먼저 어떤 남자들보다도 업무의 질과 양을 1.5배로 늘리면 된다고 조언한다. 남들보다 1.5배로 일을 잘하고 1.5배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을 여성이라고 차별하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만 바라면서 최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가 지난 30년 동안의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체득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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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살아남으려고만’ 하는 조직은 살아남기 힘들고 남들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조직은 최고가 된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이 최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도 단순히 최대의 이익을 만들어 내고자 하지 않고, 아직 실현되지 못한 ‘더 좋은 세상’을 자신들의 기술을 통해 고객들로 하여금 만나게 해 주고자 하는 비전이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인 필자 역시 ‘모든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회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실현하고자 항상 되새기고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 우리 회사를 통해 가족의 꿈을 지킬 수 있었다는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를 알아주신 것 같아 눈물이 날 정도로 보람을 느낀다.

얼마 전 사내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서 “길이 없다면 길을 찾으면 되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어 나가면 된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심플하지만, 그분이 만든 역사가 말해주듯 그 어떤 문장보다도 성공의 근본 원칙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라고 해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목표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곳에 길을 만들고 나아가야 한다. 그런 사람들과 조직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 멋지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 갈 것이라 믿는다.

손병옥 < 푸르덴셜생명 대표 bosohn@prudentia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