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TX 민간운영·요금인하 서둘러라
KTX 민간운영과 요금 인하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철도공사는 민간사업자가 참여해도 운임 인하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오른다고 주장한다. 과연 KTX 민간운영과 운임 인하는 불가능할까. 철도공사 경영성적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KTX사업의 영업비용이 8185억원이고 운임 수입은 그보다 많은 1조1387억원이다. 따라서 영업이익이 3202억원이고, 영업이익률은 28.1%에 달한다. 대기업도 영업이익률이 평균 7.8%이니 KTX 사업 이익률은 매우 높다.

KTX 수요가 고정돼 있다면, 운임 인하는 당연히 운임수입을 감소시킨다. 운임이 20% 인하되면 운임수입이 9110억원으로 줄지만, 영업이익은 925억원이나 발생한다. 철도공사 자료에 근거해도 KTX 운임을 내릴 여지가 있다.

철도공사는 운임 인하를 영업비용에 투자보수비까지 가산한 총괄원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괄원가가 1조669억원이므로, 운임을 20% 인하하면 손실이 1559억원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KTX 수요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운임을 낮추면 당연히 수요가 증가한다. 운임 20% 인하에 따른 손실 1559억원을 만회하려면, KTX 수요가 하루 2만명 정도 늘면 된다.

20% 인하된 KTX 운임은 현재 새마을호 운임과 거의 같아진다. 경부선과 호남선 새마을호 고객 중 KTX가 정차하는 도시의 고객이 1일 7000명 선이다. 이는 손실 1559억원 만회에 필요한 수요 2만명의 35%에 해당한다. 또한 운임이 낮아지니 고속버스·항공·승용차 이용자의 일부가 KTX로 넘어와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 손실 1559억원을 만회하는 수요 확보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철도공사 주장대로 총괄원가를 고려해도 KTX 운임을 인하할 여지가 많다.

철도공사는 KTX 운임을 인하하면 적자인 일반철도에 교차보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KTX 운임이 새마을호 수준으로 낮아지면, 새마을호는 운행하지 않아도 된다. 새마을호 고객의 KTX 이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마을호 고객 중 KTX가 정차하지 않는 도시의 고객은 운행시간이 30분 정도 차이나는 무궁화호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철도공사는 적자를 경부선에서 500억원, 호남선에서 150억원가량 줄일 수 있다. KTX 수익으로 교차보조할 적자가 감소하므로, 운임 인하는 철도공사에도 이득이다.

민간 고속열차사업자의 운임 인하는 사업성분석으로 설명된다. 사업에 필요한 비용들을 반영하고 운임을 20% 인하해도 세후수익률(IRR)이 8% 정도 되므로 운임 인하가 가능한 것이다. 운임 인하의 주요 요인은 운임이 낮아져 수요가 늘고, 영업비용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운영비(인건비·경비·자산관련경비의 합)가 철도공사보다 적게 드는 데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운영비가 공기업의 50% 수준이고, 직원들 인건비도 1인당 평균 연봉이 5800만원인 철도공사의 70% 수준에 못 미친다. 이는 민간사업자의 운영비가 철도공사보다 적을 것임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민간 고속열차사업자의 운영비는 철도공사의 75% 수준으로 예상된다.

철도공사는 수요를 과다 예측해 수입을 높이고 비용은 낮게 책정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수요는 KTX 고객 증가율을 바탕으로 산정한 가장 최근의 수요분석 결과를 참조했다. 그 수요는 정부계획에서 분석된 수요보다 적어 과다 예측과 거리가 멀다. 비용도 낮게 책정된 것이 아니다. 과소 추정의 사례로 지적하는 역사임대료는 철도공사가 설정한 KTX 역사 내 상업시설의 임대료를 적용한 것이다.

민간사업자 참여로 KTX 운임이 내려가는 것은 명확하다. 사업성 분석결과가 아니어도, 철도공사 경영성적보고서를 토대로 운영비 등을 철도공사 대비 70~80% 수준으로 가정해 계산하면 알 수 있다. 철도공사는 국민의 철도운임 부담을 낮출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재훈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jhlee@kot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