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차라리 구글이 양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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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IT모바일부 기자 leeswoo@hankyung.com
구글은 이달 초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스크린와이즈(Screenwise)’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패널로 참여하는 구글 사용자가 인터넷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구글에 공개하는 것이다. 그 대가로 연간 25달러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발표 나흘 만에 80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몰렸다.
개인이 인터넷에 남기는 모든 흔적이 ‘정보’가 되는 시대다. 과거 무의미하게 버려졌던 개인들의 인터넷 행적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의미한 정보로 탈바꿈한다. 작게는 개인의 성향에 따른 맞춤형 광고를 하는 것부터 전 사회를 포괄하는 거시적 분석까지 가능하다.
업체들도 데이터 수집에 혈안이다. 합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다. 구글은 검색, 이메일, 유튜브, 구글플러스 등 60여개에 이르는 자사 서비스 개인정보를 내달부터 통합해 관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위터와 패스(Path)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은 이용자 동의 없이 주소록을 수집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조차 불가능한 사이트가 부지기수다.
기업들이 활용하는 개인정보의 범위와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민감한 개인정보의 수집을 제한하는 법령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빈발한 해킹사건으로 대량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자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뒤늦게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한다”고 나섰다. 하지만 수집되는 개인정보는 주민번호를 넘어 인터넷 사용자의 모든 행적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언제 어떤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모으고 활용하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도 어렵다. 범람하는 기술은 프라이버시와 인권의 방파제를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국회에 개인정보와 관련된 각종 법안들이 상정돼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 모두의 개성과 일상이 낱낱이 파헤쳐진 채 물화(物化)된 인격체로만 남을 판이다. 차라리 돈을 내는 구글이 더 양심적인 기업으로 추앙받을 시대가 올는지도 모른다.
이승우 IT모바일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