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통, 통,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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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돼야 만사형통 운수대통…상대 배려 없으면 불통은 순식간
이창식 < 동아원 사장 rhecs@kodoco.com >
이창식 < 동아원 사장 rhecs@kodoco.com >
하지만 이런 생각은 방문 첫날밤에 여지없이 깨졌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의 유명 호텔에 모여 숙소를 배정할 때였다. 그들은 높은 호텔 건물에서 잘 수 있다는 생각과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아이들처럼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다음날 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한 사람씩 객실 열쇠를 나눠줬다. 그리고 마무리 인사와 함께 그들을 뒤로 한 채 회사 진행요원들과 호텔 회의실로 이동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호텔을 나서려고 로비를 지나갈 때였다. 예상대로라면 바탐방 지역 주민들이 숙소에 있어야 할 시간이었는데, 그들은 호텔 로비에서 자신의 가방에 앉아있거나 심지어 누워있기도 했다. 이상한 생각에 그들에게 다가가 여기서 모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텔 방 열쇠에 쓰여 있는 호수를 읽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우리는 호텔방의 번호가 1403호이면 14층에 있는 3호 방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키를 주고 알아서 숙소를 찾아가라고 한 우리의 잘못이었다. 순간, 큰 결례를 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실도 작은 것에서부터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소통이 불통으로 바뀌는 것이 순식간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진행요원들과 함께 한 사람씩 숫자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주고 그들이 묵을 방을 일일이 안내해주면서 사과를 했던 경험이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과거보다도 소통의 깊이나 생각이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밤새워 쓴 연애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순간의 두근거림이나 공중전화에서 뒷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엉거주춤 불안한 자세로 나누던 사랑의 속삭임과 같은 진솔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도 내가 바탐방 지역 주민들에게 실수를 했던 그것,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곧 소통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나 위주로 생각하는 소통, 안하무인격인 소통, 이런 소통들은 소통을 할수록 최악의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를 기본으로 소통을 시작해보자. 그러면 소통이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이 될 것이다. 통, 통, 통!
이창식 < 동아원 사장 rhecs@kodoc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