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경제 속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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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대표적인 속설이 ‘치마길이 이론’이다. 경제학자 폴 나이스트롬이 1928년 ‘패션의 경제학’이란 저서에서 호황기에 치마가 길어지고 불황기엔 짧아진다고 주장했다. 2차대전 때 영국은 물자절약을 위해 짧은 치마를 권장했다. 1971년 M 마브리란 학자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한 60년대에 주가가 되레 올랐다며 정반대 논리를 폈다.
두 학자는 ‘보그’ ‘하퍼스바자’ 같은 유명 패션잡지에 실린 최신 여성복의 길이를 경제지표나 주가지수와 비교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론은 왜 거꾸로일까. 각자 우연히 맞아떨어졌거나 단순한 상관관계를 진짜 인과관계로 부풀려 해석한 탓이다. 60년대 등장한 미니스커트는 여성의 자기표현 수단으로, 청바지와 더불어 꾸준히 잘나가는 스테디셀러일 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립스틱보다 파운데이션(기초화장품)이 잘 팔려 이제는 ‘립스틱 효과’ 대신 ‘파운데이션 효과’라고 보도했다. 이 역시 견강부회다. 여성들이 색조화장보다 기초화장에 치중하는 게 세계적 유행이 된 때문이지 불황과는 무관하다. 더구나 파운데이션은 립스틱보다 훨씬 비싸다.
미국의 한 인터넷 매체가 별난 경제지수와 속설 10가지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예컨대 불황을 가늠하는 지수로 립스틱 지수(화려한 립스틱 인기), 기저귀발진 지수(비싼 기저귀는 줄고 발진크림은 증가), 웨이트리스 지수(손님 끌기 위해 매력적인 여종업원 고용) 등이 있다.
이런 속설은 가볍게 웃고 넘기면 그만이다. 대개 ‘남의 주머니가 비면 불황 징후, 내 주머니가 비면 진짜 불황’이라는 수준이다. 속설은 속설일 뿐, 정설이나 학설이 될 수 없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