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3 회계연도 예산안은 경기 부양과 적자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재선을 위해 민심을 껴안겠다는 정치적 포석이 담겨 있다.

서로 모순될 수 있는 예산 편성의 철학이 이번 예산안속에 함께 버무려져 있다는게 일반적 평가이다.

오바마 행정부에 주어진 최우선 경제적 과제는 대공황 이래 사상 최악이라는 경제난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경제회복 기조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을 지속가능한 궤도에 올리기 위해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은 경기 부양 효과는 있지만 적자 폭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목적은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오바마팀은 단기적으로는 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 교육 분야 투자에 예산을 늘려 경기 부양 효과를 꾀하고, 장기적으로는 부유층 증세와 국방비 축소, 사회보장 프로그램 손질 등을 통해 재정적자 폭을 줄이는 '투 트랙' 접근으로 이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3조8천억달러 규모의 2013 회계연도 예산안에 담긴 큰 틀의 방향이다.

잭 류 백악관 비서실장은 전날 일요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은 아끼기만 할 때는 아니다.

향후 수년동안 재정적자를 통제하기 위해 일관된 노선을 걸어야 한다"며 적자 감축은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류 비서실장은 "지금은 경기 회복이 뿌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내핍만을 강조해서는 경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단기적으로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올해는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부양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가 더 튼튼해져 내성을 갖게 되면 내년부터 적극적인 지출 삭감, 세금 인상에 돌입해 적자에 대응한다는 내용이 2013 회계연도 예산안에 담겨 있다.

단기 부양책으로 ▲고속도로 건설 4천760억달러 ▲경기부양 지출 3천500억달러 ▲2년제 컬리지 대학 일자리 창출 교육 기금 80억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비용은 이라크전 종전과 아프간전 주둔 미군 감축에 따른 전비로 충당한다는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단기적으로 지출을 증가시키고, 일부 계층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을 지속시키는 것은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중산층과 실업계층에는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장기적인 재정적자 감축 비전은 우선 향후 10년간 4조달러 규모 적자를 줄이는 것으로 잡혀 있다.

이는 올해 연말 연간 소득 25만달러 이상 소득 가구에 대한 감세혜택 중단 등을 통한 1조5천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세수 확보, 2개 전쟁 전비 8천억달러 절약 예산, 의무지출 2천780억달러 감축,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프로그램 3천600억달러 축소 등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단기 부양책과 장기 적자 감축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고통 분담'과 '책임 분담'을 강조했다.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계층과 분야에 재활과 재생의 돈을 쏟아붓는 대신 부유한 계층과 방만했던 부문에 짐을 나눠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버핏세'로 불리는 부유층 과세를 도입하겠다는게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찬 구상이 의회를 그대로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작은 정부', '적은 세금, 적은 지출'을 추구하는 공화당이 세금 인상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이고, 오히려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대폭적 칼질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올해 예산안 심의는 어느 때보다도 정치투쟁의 성격이 짙다는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