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매각.채권발행.유상증자 등 동원
안정적인 기업 운영과 과감한 투자 포석

산업팀 =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재무상태는 양호하지만 유동성이 부족해 기업이 어려워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과감한 투자와 양호한 기업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는 경우에 대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계열사 지분 매각이나 비업무용 자산 매각, 기업공개,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의 방법을 통해 현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비업무용 자산 매각, 비상장 계열사 기업공개 등을 통해 7조2천억원 가량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자금으로 빚을 갚아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투자여력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에서는 기업공개 대상으로 포스코파워, 포스코특수강 등을 우선 꼽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3일 실적발표회에서 "신용평가상 가장 기본적인 평가기준이 EVITDA(감가상각 및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인데, 지난해 3.5 정도를 기록하면서 신용등급 저하를 가져왔다"며 "올해는 이 비율을 3.0 정도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종태 포스코 사장은 또 "오너십(경영권)을 갖고 있지 않은 회사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영업현금 흐름 범위 내에서 투자하겠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을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KCC는 지난달 현대중공업 주식 249만주를 팔아 6천972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만도지분 전량을 6천370억원에, 이어 12월에는 현대차 주식 111만5천주를 2천397억원에 각각 처분했다.

KCC가 최근 주식 처분을 통해 확보한 금액은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KCC측은 주식 처분이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인수합병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웅진그룹이 대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매각에 나선 것도 현금확보를 위한 초강수로 분석된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그룹 전체 매출 6조1천억원 중 27%를 차지할 정도의 핵심 기업이다.

웅진측은 매각자금을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을 중심으로 한 태양광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극동건설 인수 후 고질적인 자금난에 시달려 온 만큼 급전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LIG그룹이 계열 방위산업체 LIG넥스원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룹측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분만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해 경영권을 지키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기업으로서는 자금조달이 훨씬 쉬워진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던 LG전자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1조원 규모를 확보했다.

LG전자는 TV생산기지 확장과 LTE제품 개발 등을 위한 시설 및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아 4천억원을 웃도는 실탄을 마련했다
박 회장측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금호산업의 유상증자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이달 초 차환자금 조달을 위해 각각 2천억원, 2천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면서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받아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에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M&A에도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작년말 발행된 '2012년 한국기업의 5대 경영이슈'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운영비를 증액하고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과 신사업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많은 실탄을 확보할 것을 권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