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처럼 포르투갈도 지원 발언 TV카메라에 잡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포르투갈에도 그리스처럼 구제금융 관련 특혜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르투갈 TVi24 방송은 지난 9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때 쇼이블레 장관이 이 같이 발언한 것을 당시 촬영 필름을 통해 뒤늦게 확인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쇼이블레 장관은 당시 그리스 관련 논의가 끝난 뒤 비토르 가스파르 포르투갈 재무장관과 대화하면서 포르트갈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에 독일 정부가 찬성할 것임을 밝혔다.

쇼이블레 장관은 당시 카메라에 촬영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 채 "만약 그리스와 관련한 중대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결국 (구제금융) 프로그램 조정이 필요할 경우엔 그렇게 하는 게 불가피하다.

그 이후 만약 포르투갈 프로그램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경우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가스파르 장관이 "고맙다"고 하자 쇼이블레 장관은 "천만에. 그게 독일 의원들과 여론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가스파르 재무장관이 "포르투갈에서 (개혁과 관련해) 커다란 진전들이 있었다"고 말하자 쇼이블레 장관은 "맞다.

당신들은 진전을 이뤘다"고 화답했다.

EU나 회원국 고위 관계자가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 조건 완화가 가능하다고 거론했음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그리스 처럼 포르투갈 등도 채무탕감이나 구제금융 이자율 인하 등 추가 지원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잇따랐으나 EU 집행위원회는 물론 독일 등 회원국들은 공식적으론 전혀 필요 없다고 일축해 왔다.

포르투갈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로부터 78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포르투갈은 내년 9월 대규모로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상환해야 하지만 높은 국채 수익률과 강력한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이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 정부와의 국채 협상에서 민간 투자자들을 대변한 국제금융협회(IIF)도 최근 "국채 수익률이 여전히 12%보다 높은 것을 고려하면 정부가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계획대로 부채를 감축하고 상환하는 일이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포르투갈의 페드로 파소스 코엘료 총리는 올해 경제가 -3.1% 성장하고 실업률이 13.6%에 이른다는 점을 들며 구제금융 조건이 완화돼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가스파르 재무장관은 지난 9일 유로그룹 회의 직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에 구제금융 조건 변경을 공식 요청한 바 없으며 지난해 5월 체결한 합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만약 포르투갈이 당초 약속한 긴축과 민영화 등 개혁정책을 모두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등 외부적 요인 때문에 부채감축과 상황이 어려울 경우 "트로이카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