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또 한 고비를 넘겼다. 그리스 의회가 긴축안을 통과시켜 가까스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면했다.

그러나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제2의 그리스’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로존 수뇌부가 재정위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유로안정화기구(ESM) 등을 통해 방화벽을 쌓고 있긴 하지만 낙관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로존은 제2의 그리스 등장을 막기 위해 1조유로가량의 방화벽을 쌓았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4400억유로와 ESM 5000억유로가 그것이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1월 말 특별정상회의에서 ESM을 올해 7월 조기 출범시키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미 운용되고 있는 EFSF와 함께 ESM을 동시에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도 2500억유로의 지원금을 책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최근 “유로존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 유로존 공동채권(유로본드)을 도입하는 등 더 높은 방화벽을 쌓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채 상환이 가능한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국가들까지 비정상적인 자금조달 비용으로 인해 지급불능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동성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금리의 장기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1차 대출에 523개 은행이 몰려 4890억유로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ECB의 이 같은 대출이 유럽 은행의 부실을 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ECB의 대출로 인해 유럽 은행들이 부실대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저리로 대출받은 자금을 다시 위험상품에 투자해 수년 뒤 또 다른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재정위기국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가운데 가장 위험한 국가는 포르투갈이다. 로이터통신은 포르투갈 경제가 악화되면서 2차 구제금융설이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르투갈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은 -3.0%로 그리스(-2.8%)보다 더 나쁘다. 지난해 말 현재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5.8%로 여전히 높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