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남기고 48세에 하늘로 간 '팝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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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휴스턴 호텔서 사망…경찰 "타살 흔적 없어"
머라이어 캐리 "세상을 은혜롭게 해준 목소리" 애도
머라이어 캐리 "세상을 은혜롭게 해준 목소리" 애도
애틋한 노랫말을 남긴 채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48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휴스턴은 11일 오후 3시55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사망했다.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은 사인이 분명하지 않지만 범죄의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녀의 시신은 보디가드가 처음 발견했다.
휴스턴은 아름다운 외모와 관능적인 분위기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슈퍼스타였다. 흑인 특유의 솔(soul)이 가득하고 힘이 넘치는 가창력으로 1980~1990년대 세계 팝계를 지배했다.
뉴욕타임스는 “같은 세대 가수들 중 가장 강력하게 가스펠로 다져진 목소리를 가졌지만 기존 가스펠 가수들의 매너리즘을 답습하지 않았다”며 “그녀는 노래에 눈물 가득한 연약함을 투영하는 대신 시원한 자신감과 힘을 불어넣어 팝 발라드를 웅장하게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휴스턴은 1963년 미국 뉴저지에서 가스펠 가수인 시시 휴스턴의 딸로 태어났다. 솔의 여왕 어리사 프랭클린이 그녀의 대모였다. 휴스턴은 어머니를 따라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으며 10대 때 저메인 잭슨 등 유명 가수의 코러스로 활동했다. 19세에 한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다 유명 음반제작자인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눈에 띄어 가수로 본격 나섰다.
1985년에 발표한 데뷔 음반 ‘휘트니 휴스턴’은 전 세계에서 2300만장이나 팔려 역대 여성 가수의 솔로 데뷔 앨범 중 최다 판매 기록을 수립했다. 이 음반에 실린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는 그녀에게 첫 그래미상(최우수 여성 팝 보컬상)을 안겨줬다. ‘하우 윌 아이 노’ ‘유 기브 굿 러브’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 등도 크게 히트했다.
1987년 내놓은 두 번째 정규 앨범 ‘휘트니’는 여성 아티스트 중 처음으로 앨범 발매 즉시 빌보드 1위를 기록했다. 그의 음반은 지금까지 1억7000만장이나 팔렸다. 그래미상 6회, 모두 411개의 상을 받아 세계 최다수상 여가수로 2006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인기 여가수와 경호원의 사랑을 다룬 영화 ‘보디가드’(1992)에서는 여주인공으로 나섰고 주제곡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까지 불러 대성공을 거뒀다. 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4주 동안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해 여섯 살 아래 바비 브라운과 결혼하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마약 중독에 폭력을 휘두르는 그에게 자주 구타당하면서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로 변해갔다.
그녀는 “브라운의 자상한 아버지 같은 면이 좋았고 그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사랑에 약했다”고 나중에 털어놨다.
2007년 이혼 후 재기에 나선 그녀는 2009년 새 앨범을 발표하고 월드투어에 나섰다. 2010년 2월 한국에도 방문, 한 차례 공연했지만 전성기의 보컬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음주와 마약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휴스턴의 죽음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추모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휴스턴과 함께 1990년대 팝계를 양분했던 머라이어 캐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휴스턴은 세상을 은혜롭게 해준 가장 훌륭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 중 하나로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라는 애도의 글을 올렸다.
국내 스타들도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은 트위터에 “지금 여가수들의 노래 중 많은 부분이 그녀부터 시작됐다고 생각되는 휘트니 휴스턴이 돌아가셨네요. 거기에선 항상 아름답고 행복하길”이라고 적었다.
욕조서 발견 응급처치 30분에도 끝내…사망 직전 무슨 일이
휘트니 휴스턴이 사망하기 직전 어떤 일이 있었을까.
미국의 연예 전문 매체 TMZ는 11일(현지시간) “욕조 안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휴스턴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휴스턴의 일행 중 한 명이었다”며 “그는 휴스턴을 발견한 즉시 호텔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락을 받은 직원은 곧바로 911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몇 분 내 911 응급 구조팀이 호텔에 도착해 휴스턴에게 심폐소생술을 행하는 등 약 30분간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휴스턴은 이날 오후 3시55분 공식적으로 사망진단을 받았다. 제54회 그래미 시상식을 꼭 하루 앞둔 날이었다. 이날 밤에는 미국의 유명 음반 프로듀서 클라이브 데이비스가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저녁 만찬을 베풀기로 돼 있었다.
팝가수 제니퍼 허드슨 "그래미 시상식에서 휴스턴 추모 무대"
휘트니 휴스턴의 추모 무대가 54회 그래미 시상식에 마련된다.
12일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그래미 시상식 책임 프로듀서 켄 얼리히는 “팝 가수 제니퍼 허드슨이 12일(현지시간) 열리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휴스턴을 추모하는 무대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미상을 6번이나 받은 휴스턴을 기리기 위해 그래미상 조직위원들이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얼리히는 “현재 어떤 무대를 마련할지는 세부 논의 중”이라며 “허드슨의 무대는 휴스턴에 대한 존경을 담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아메리칸 아이돌’로 스타덤에 오른 허드슨은 2007년 영화 ‘드림걸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