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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황금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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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브라질 마나우스는 19세기 후반 지구촌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중 하나였다. 아마존 일대에서 자라는 천연 고무나무 덕이었다. 새로 일어난 고무산업 붐을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거리는 밤낮없이 북적거렸다. 오페라하우스는 만원이고 도시는 날로 번창했다.

    그러나 증기선을 타고 아마존 상류까지 올라간 헨리 워튼 경이 고무나무 종자를 영국으로 반출하면서 마나우스의 시대는 저물기 시작했다. 영국이 스리랑카에 이식한 고무나무가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퍼지면서 브라질의 독점은 끝났고, 몇 년 못가 마나우스의 불은 모두 꺼졌다.

    종자의 힘은 이렇게 무섭다. 각국이 동식물의 해외 반출을 엄금하는 이유다. 천연자원뿐이랴. 1968년 설립된 국제 식물신품종 보호동맹(UPOV)은 우수한 품종 개발을 통한 농업 발전 도모라는 목적 아래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보호한다. 신품종을 사용하려면 20년 이상(다년생은 25년) 로열티를 지불하도록 만든 게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5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딸기 감귤 김 등 해조류는 10년간 적용을 유예했지만 2001년 6억원이던 종자 로열티는 2010년 166억원으로 뛰었다. 그동안 장미·딸기·파프리카 등에서 국산 품종을 개발, 씨앗값을 줄이고 수출도 하게 됐다지만 올해엔 그동안 제외됐던 품목이 모두 풀리는 만큼 로열티만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여겨진다.

    품종 개발은 쉽지 않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린다. 금보다 비싼 종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실제 금은 1g에 6만원 정도지만 토마토와 파프리카 종자엔 g당 13만원 짜리도 있다는 마당이다. 10대 다국적 기업이 70% 이상 장악한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현재 700억달러. 2020년엔 두 배 이상 커지리란 전망이다.

    [천자칼럼] 황금 씨앗
    정부가 황금종자 개발을 총괄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 운영지원센터를 출범시킨다는 소식이다. 10년 동안 4911억원을 들여 고추·감자·배추·전복 등 20개 이상 수출전략 품종을 개발하고, 2020년까지 종자 수출로만 2억달러를 벌겠다는 목표다. 모든 품목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올해 겨우 컨트롤 타워를 만든다는 얘기다.

    기왕 하고 있는 사업에 지원금을 보태는 거라면 몰라도 정말 이제 시작하는 거라면 딱하기 이를 데 없다. 어쩌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관련자밖에 모르는 분야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공정하게 추진해야 할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짓은 그만하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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