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리송한 개념을 쉽게 풀어 쓴 '맛깔스런 경제학'
대기업 ‘포장마차’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설자리를 빼앗는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소위 대기업 ‘포장마차’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좋다는 반증이다. 대기업 ‘포장마차’를 즐겨 찾는 소비자들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숨통을 죈다”고 비난하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할까.

진입장벽은 시장경제 왜곡을 연상시키는, 어감이 별로 좋지 않은 말이다. 한데 그 진입장벽이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누구도 무너뜨리기 힘든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한 결과라면 이를 어떻게 평가할까. 호가경쟁의 질서가 유지되는 시장은 과연 약육강식의 정글일까. 가격을 왜곡시키는 정보의 비대칭성은 어떻게 해소할까. 못 떠나게 막아서 결국 이익만 눈덩이처럼 불려준 론스타의 역설은 뭐가 문제일까.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의 《경제학 멘토링》은 이런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경제학이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경제의 기본 개념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시사문제와 관련지어 해당 이론이나 원리를 소개하며 생각의 공간을 넓혀준다.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눈높이를 낮췄다. 이 책 한 권이면 어떤 경제 얘기가 나와도 대화에서 밀리지 않는 ‘내공’이 쌓인다.

한국경제신문이 개발한 경제이해력검증시험 테샛(TESAT)의 출제위원장인 저자가 2년 반 동안 ‘경제학 멘토링’이라는 본지 칼럼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테샛을 비롯한 경제학 시험의 지침서이기도 한 이유다.

1부 시장경쟁 어떻게 작동하는가, 2부 기업과 일자리 등 모두 7부 120강으로 구성됐다. 한 장에 한 강의씩 120강을 눈으로 읽을 수 있다. 한 학기에 배우는 ‘교양 경제학’을 하루에 배우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연재 당시에도 시장경제 이론과 흐름을 알기쉽게 설명해 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1인1표와 1원1표의 원리, 정보의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 역선택과 레몬시장, 공유자산의 비극, 외부성과 시장경제, 효율성과 공평성, 탄소세의 경제적 의미, 금리, 환율, 외환 등 귀에는 익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더듬거리는 경제이론과 원리가 페이지마다 담겨 있다. 경제 전문용어 200여개도 부록으로 실었다.

저자는 “이익집단들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경제 정책을 끈질기게 왜곡한다”고 말한다. 또 국민들의 경제 이해력 수준이 높아져야 정치권도 올바른 경제적 해법을 수용한다고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옹호하지만 왜곡된 시장경제에는 따끔한 충고와 해법도 제시한다. 경제 이해력을 높이는 데는 시험이 매우 유용한 교육수단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