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소개한 ‘먼지 주머니가 없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한 사람은 영국의 세계적인 발명가 제임스 다이슨이다. 회사 이름도 다이슨으로 튀는 노란색 디자인이 연상되는 청소기 업체다. ‘다이슨 청소기’로 명명된 이 제품은 불투명해 속이 보이지 않는 먼지 주머니에 먼지를 모아서 버리는 기존 청소기 방식에 대한 역발상으로 만들었다.

투명한 창으로 흡입된 공기와 분리된 먼지를 사용자에게 더 잘 보이게 해 이 청소기의 먼지 흡입력이 훨씬 좋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기존 회색 계통의 우중충한 제품 색깔을 오히려 눈에 잘 띄는 짙은 노란색 계통으로 바꾸고 예쁘게 디자인해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됐다.

정리하자면 트리즈적인 ‘트리밍’ 사고 방법으로 먼지 주머니를 없애고 ‘사이클론’이란 원심 분리 아이디어와 먼지를 투명 창으로 보여주는 ‘역발상’으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뒤 관련된 구체적인 상세 설계와 기술, 경영이 보태져서 히트 상품과 혁신적인 기업이 된 것이다.

이 회사는 트리즈의 트리밍 사고 방법을 다른 제품에도 적용하고 있다. 청소기와 같이 공기를 이용하는 제품에 신상품 개발 노력을 집중, 기존 선풍기를 관찰했다. 선풍기는 청소기와 비슷하게 모터-회전 팬-공기생성 방식의 기계다. 싼값에 여름 한철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세계적인 효자 발명품이다. 그런데 고속으로 회전하는 팬 때문에 사람이 다칠까봐 각종 보호 장치와 촘촘한 덧망을 씌운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보면 새로운 제품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다이슨사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팬의 보호 장치, 덧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트리즈의 트리밍 기법으로 가지치기를 하면 이 팬의 보호 장치와 덧망을 없애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이슨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선풍기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회전 팬이 없는 제품, 즉 회전 팬 없이도 바람을 일으키는 장치를 상상했다. 회전 팬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팬 보호 장치와 망은 필요없다. 그러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필수적인 팬도 사라져야 한다. 개발자는 기존 회전 팬을 대체할 것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은 선풍기 모터 부분에서 공기 압력을 높여 작은 구멍으로 압축 공기를 뿜어내 빠른 공기 흐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회전 팬이 없지만 바람을 일으키는 신기한 발명품의 탄생이다.

이 제품은 링 모양 공기 분사 방식의 ‘에어 멀티플라이어’란 이름으로 회전 팬이 있는 선풍기가 나온 지 127년 만에 상품화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 가격이 비싸지만 저소음 고품격 선풍기 시장과 새로운 제품을 초기에 사서 사용해 보는 얼리어답터 집단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것은 어떤 부품과 프로세스,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각을 체계화하는 기법이다. 그 중 하나가 문제 시스템을 분석하고, 없애고, 대체하는 ‘트리밍’ 기법이다.

다이슨도 50여년 전 사업 초기에는 제조업이 힘들어서 청소기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에 기술을 팔려고 몇 년 동안 찾아다니기도 했다. 청소기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다이슨의 기술을 무시하거나 경쟁이 될 기술을 아예 싼값에 사려고만 해서 할 수 없이 그 어렵다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개인 발명가가 성공하기는 어렵다. 영웅적인 성공 스토리가 생기는 것은 혁신가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대변해준다. 많은 기술 벤처 창업가들에게 트리즈가 초기 아이템 선정과 개발에 도움이 돼서 많은 성공 스토리가 나오길 기원한다.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