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중시' 철학 기업문화로 정착…약한 고객충성도는 '아킬레스건'
하나금융의 첫 번째 강점은 주주가치 중시의 경영 철학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하나금융은 정책당국의 규제나 경영간섭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주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와 같은 주주가치 중시 경영 정착은 경쟁은행보다 앞선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다.

하나금융 지배구조의 특징은 분산된 지분구도 아래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것이다.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를 포함해서다.

이처럼 경영진이 대리인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주주들의 신임을 받는 구조다. 덕분에 경영진의 주주가치 우선 경영철학이 오랜기간 기업문화로 정착됐다. 다른 강점들도 경영진의 주주가치 중시 철학에서 파생된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주주 중시와 자산건전성 업계 ‘최고

두 번째 강점은 업계 최고의 자산건전성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은행 기준으로 1.15%(금융지주 기준 1.21%)다.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도 은행 기준 123%(금융지주 기준 123%)다. 둘 다 100%를 안정적으로 넘고 있다.

업계 최고의 자산건전성을 보이는 이유는 탁월한 신용위험 관리 능력 덕분이다. 실제로 2003~2004년 발생한 신용카드 사태와 2009년 이후의 건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때 하나금융의 손실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신용경색이 계속됐던 시기에도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정상화를 달성했다.

세 번째 강점은 선도적인 시장 대응 전략이다. 지주사 중 매트릭스 조직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컨버전스(금융과 통신 간 융합) 차원에서 하나SK카드를 탄생시켰다. 상품 개발에 있어선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선도적인 변화가 미래에 가져올 차이는 매우 클 것이다.

네 번째로는 업계 상위권의 PB(Private Banking) 영업경쟁력이다. 수신액 3억원 및 10억원 이상 고객 비중으로는 현재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1위권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전망이다.

수위권의 PB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으로 고객 기반이 취약했던 단점을 효율적인 고객 타기팅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다. 또 전문적인 PB를 다수 양성하고 이 조직 체계의 정착에 신경을 많이 쓴 덕분이기도 하다.

다섯 번째 강점은 효율성 지표가 업계 최상위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업계 최고의 비용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누리지 못했던 약점을 비용 관리 능력으로 커버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된 강점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시점 이후에는 강점으로서의 지위가 점차 희석될 전망이다.

○고객충성도·카드수익은 상대적 약해

약점은 고객충성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보람은행, 서울은행, 대투증권 인수였다. M&A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 확대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점포 수와 수도권에 집중된 점포 분포 등 규모의 열세에 기인한다. 다행히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고객충성도 확보 측면에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 수익 비중이 낮다는 점도 약점으로 자주 지적되는 항목이다. 하나SK카드 출범을 통해 외형 확대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상위권으로 도약하기엔 한계가 있다.

PB 부문과 자산관리 영업이 하나금융그룹의 전략적인 큰 방향이라면, 업계 수위권의 계열 자산운용사와 보험사가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계열 자산운용사 및 보험사 역량이 자산관리 영업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경쟁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역량 있는 계열사의 확보가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

하나은행과 더불어 하나대투증권이 자산관리 영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판매 채널과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브로커리지 영업이 중심이 되면서 자산관리 부문의 잠재역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배정현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jungking@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