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히터 규모 7.9의 대지진이 중국 쓰촨성 서북쪽 원촨을 강타한 이후 서부 최대 도시 청두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직접적인 지진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그 여파로 경제발전 전망은 비관적으로 변했다. 서부 대개발로 경제 발전에 시동을 걸던 청두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었다.

청두는 경제발전 모델을 기존 전통산업 육성 전략에서 첨단산업 기틀을 세우기 위한 3차산업 육성으로 급선회했다. 쓰촨성 정부는 “청두는 사암 기반이어서 또 대지진이 발생해도 안전하다”며 당시 기업들에 만연했던 불안과 우려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지진 발생 후 10일째 되던 날 청두 고신개발구는 구역 내 모든 기업 담당자들에게 위문 편지를 보내 기업들을 안심시키고 위로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손실을 최소화한 청두시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부 차원의 건물 내진 강화 지원, 위기 해결 시스템 보완 등을 통해 기업들은 청두가 지진의 실질적 영향권이 아니라고 인식하게 됐다. 텅쉰, 인텔 등이 내놓은 대규모 신규 투자계획 발표도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진 이후 3년은 청두가 정보기술(IT) 산업의 빠른 발전을 통해 첨단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기간이라고 평가받는다. 인텔, 델, 레노버, 폭스콘 등 다국적 기업의 투자로 청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제 주강삼각주(珠三角)와 장강삼각주(長三角), 발해경제구의 뒤를 이은 중국 IT 산업의 제4기지로 부상했다.

청두에서 IT 산업이 발전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태생적 한계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려는 승부수가 효과를 봤다. 내륙의 열악한 물류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항공 운송에 주력, 고부가가치의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제품을 생산하는 매력적인 투자지로 부상했다. 아울러 서부대개발 정책을 기회로 삼아 중국 서부와 동유럽을 연결하는 대륙 간 철도, 동남아로 연결되는 방사형 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물류의 전방위 입체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2010년 설립한 고신개발구 보세구역에는 인텔, 폭스콘, 델 등 20여개 기업이 들어서 있다. 투자 규모는 22억3000만달러가량으로 2015년에는 이 지역의 생산 규모가 8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03년 8월 칩 밀봉포장 테스트 공장을 세우는 데 3억7500만달러를 투자한 인텔은 대지진 이후에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델은 2010년 9월 청두에 제조·연구·판매를 모두 포함하는 기지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만 콤팔, 미국 다그룹(Dar Group)도 투자협력안에 서명했다. 그해 10월에는 폭스콘이 투자해 연간 100만대의 아이패드를 생산하고 있다. 레노버는 중국 서부중심기지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은 최근 뒤늦게 SK가 청두스마트시티 건설을 진행하고 있고, 여러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ITS 및 통합 IT 솔루션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A전자업체도 LCD를 위해 대만 협력업체와 공동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거대한 돈줄이 서부로 몰리고…청두, 중국의 'IT 수도' 급성장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글로벌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생산비용이 낮고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시설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청두는 지진으로 인한 도시 재설계 수요를 외국 IT 기업에 매력적인 요소로 발빠르게 변화시켜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청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들의 장점을 모두 갖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전자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서비스 아웃소싱, 게임 및 애니메이션, 정보 보호 장치, 광전기 산업도 고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두는 2009년과 2010년 중국 내 가장 전도유망한 신재생에너지 산업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두가 대지진의 시련을 딛고 IT와 신재생에너지를 두 축으로 하는 첨단산업 발전의 수레바퀴 위에 올라 탄 것으로 보인다.

임성환 <KOTRA 청두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