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도 너무한 '질러대기' 공약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또 경쟁적으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쪽이 공약을 발표하면, 다음날 저쪽에서 한술 더 뜬 공약이 나온다. ‘지르기식’ 총선공약 발표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선거가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고, 여야 모두 생사가 달린 것이어서 한치도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다. 그러다 보니 실현 가능성, 재원마련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다.

지난 7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만 해도 그렇다. 이르면 내년부터 기업의 정년을 60세로 늘리고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한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추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 된다”는 말만 돌아왔다.

정부와의 사전 교감도 없다. 그러다 보니 예산 마련 계획도 전무하다. 공약 작업에 참여한 한 의원은 “방법론 등 세부적인 내용은 향후 당정협의를 거쳐 보완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어차피 총선이 지나면 끝나버릴 공약 아니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치부해 버릴 정도다. 노동계도 시큰둥하다. 정책 실현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 관계자는 “집권당이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왜 허겁지겁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지 아리송하다”고 꼬집었다.

사병 월급인상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 공약을 먼저 내놓은 쪽은 민주통합당이었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받는 월급 이외에 사병들의 통장에 매달 30만원씩 적립해 제대할 때 목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아예 사병 월급을 40만원으로 올리자고 맞불을 놨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50만원 인상안을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2004년 총선 때도 사병 월급을 2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문제는 어느 방안에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초·중·고 아침 무상급식, 고교 의무 무상교육, 청년 자립 지원금 제도 등도 그렇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그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막대한 정치·사회·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칫 국론 분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설익은 선심성 공약들이 불러올 후유증이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