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구단 KEPCO '망연자실'..배구연맹 '당혹'

지난해 프로축구를 뒤흔든 승부조작 사건이 프로배구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배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된 염 모씨가 뛰던 KEPCO는 침통한 분위기다.

수비 전담 리베로로 활약하던 염 씨는 2009-2010 시즌 불법 도박에 연루된 브로커 강모 씨의 부탁을 받고 경기에서 일부러 실수를 해 소속팀이 경기에서 지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년 최하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던 차에 '승부조작'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난 KEPCO 구단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염 씨가 지난해 7월 은퇴했지만 선수 관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춘삼 감독과 '해결사'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를 영입해 2011-2012 시즌 '제2의 도약'을 선언한 KEPCO는 8일 현재 16승9패를 거두며 4위를 달리며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KEPCO의 한 관계자는 8일 "갑자기 터져 나온 악재로 팀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기량이 부족한 것으로만 알았던 염 씨가 경기 중 고의로 실수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구단 측이 염 씨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알고 은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는 "공기업인 KEPCO의 특성상 프로 데뷔 후 4년이 지나면 선수로 계속 뛸지, 은퇴하고 KEPCO 직원으로 남을지 선택할 수 있다"면서 "염 씨는 부상 때문에 선수를 그만뒀다"고 은퇴 권유설을 일축했다.

한편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뒤 선수·구단 교육을 강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배구에서도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경로로 검찰의 내사 소식을 접하고 각 구단에 승부조작과 관련한 철저한 자체 조사를 당부했다"며 "검찰의 공식 발표가 나오는 대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