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알맹이 빠진 美공화당 경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들 사이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파죽지세로 대세론을 굳힐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부터 간단치 않았다. 당초 롬니 전 주지사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재검표 결과 2위였던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1위로 번복됐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단독 1위를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플로리다와 네바다주 경선에서 압승한 롬니 전 주지사는 깅리치의 돌풍을 잠재우고 대세론에 다시 탄력을 붙였다.

7일(현지시간) 미네소타와 콜로라도주 경선을 앞두고서는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미네소타 현지 여론조사에서 샌토럼은 29%의 지지율로 27%인 롬니를 앞섰다. 만일 샌토럼이 미네소타와 콜로라도주 경선에서 승리하면 공화당 경선 최종 결과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막상 내막을 들여다보면 뭔가 허전하다. 보수당인 공화당의 경선인지라 각 후보는 보수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모습뿐이다. 롬니를 ‘가짜 보수’라고 비난하는 깅리치와 샌토럼은 각각 자신이 ‘정통 보수’라고 주장하면서 지지세를 모으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혼을 둘러싼 깅리치 후보의 도덕적 약점과, ‘부자’ 롬니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부각될 뿐이다. 정작 관전자가 확인하고 싶은 리더로서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치, 외교, 경제, 사회정책 공약들은 ‘오십보 백보’다. 민주당 후보로 재선 도전이 유력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공약 일색이다. “오바마를 꺾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오바마를 정말 싫어하면 나를 찍어달라”는 식의 호소뿐이다. 지난 1월의 실업률이 8.3%로 5개월 연속 하락하자 롬니 후보는 “오바마가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방해하지 않았으면 실업률이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해 비웃음을 샀다. 깅리치 후보는 달에 미국 식민지를 건설하자는 생뚱맞은 주장을 ‘강한 미국의 비전’으로 제시해 유권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뒷다리나 잡거나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후보들이 한국에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김홍열 워싱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