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눔은 기쁨이다
나눔은 우리를 정신적으로 키워준다. 깊은 정신적 기쁨을 맛보게 한다. 부모님의 고향이 북한이어서 북한어린이 돕기에 관심이 많았다. 한민족어린이 돕기 네트워크에 참여해 평양에 빵 공장을 건설해 어린이들에게 빵을 먹이고 쌀과 비료를 북한에 전달했다. 2004년 북한 기아사태로 함경북도 청진에 고아가 무려 3100명임을 알게 돼 그들에게 겨울내의 3100벌을 전달하기로 했다. 옌지와 룽징을 거쳐 투먼에서 내의를 실은 트럭을 두만강 다리로 건너 보내며 가슴이 먹먹했다. 바로 눈앞이 고향 땅인데 언제나 자유롭게 이 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해외어린이 돕기 한국컴패션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컴패션은 한국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시작됐다. 수혜국이던 한국이 후원국이 되어 미국 호주에 이어 세계 3위로 가난한 해외어린이 8만3000명을 돕는다. 필자는 방글라데시 두 어린이를 후원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미투는 학교 생활이 즐겁단다. 미투가 그려주는 그림은 밝고 천진난만해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보포티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다. 빨리 커서 운전기사인 아빠를 돕고 싶어한다. 두 어린이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재미있다. 아버지가 부러웠던지 우리 딸도 용돈을 아껴 필리핀 초등학교 5학년 테드쟈와 편지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어려서 남을 돕는 기쁨을 맛보면 삶이 달라질 것이다. 언젠가 방글라데시를 찾아 미투와 보포티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맡은 후 불우 어린이들에게 뭔가 기여하고 싶어 서울시 교육청과 손잡고 ‘변호사와 저소득층 어린이 1 대 1 결연’ 캠페인을 벌였다. 처음엔 개성이 강한 변호사들이 많이 호응할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대성공이어서 무려 1200명의 변호사들이 신청했다. 많은 변호사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고, 막상 기여할 기회가 부여되자 적극 참여한 것이어서 고맙고 흐뭇했다. 월 5만원을 지원하며 학생들의 진로 지도 등 멘토가 돼준다. 필자는 10명을 돕는데 이들을 만나보면 모두 꿈이 있고 총명한 유망주이지만 가정이 어려워 학원비가 부족해 발을 구르는 현실이 안타깝다.

몇 년째 천주교 만남의 집을 돕고 있다. 처음엔 후원금만 보냈지만 감사편지에 담긴 어린이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놀이동산에 데려가 하루 신나게 놀았더니 매우 즐거워했고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즐거웠다.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에 꼭 만나 식사하고 선물도 사주며 시간을 같이 보낸다. 한 학생은 사회에 진출해 어엿한 미용사가 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쁘다. 이들이 커서 또 다른 사람을 돕기를 바라본다.

김현 <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hyunkim@sechang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