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물건너가는 내년 균형재정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내년 균형재정 달성이 쉽겠습니까. 선거 때 왕창 한 번 쓰고 또 몇 년간 허리띠 졸라매자는 거죠.”(기획재정부 관계자)

매일 눈만 뜨면 여야 가릴 것 없이 복지확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수혜를 받는 입장에서는 듣기 싫지만은 않을 것이다. 월급을 올려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병이 어디 있겠는가. ‘왜 이제서야 이런 정책이 나왔을까’ 의아할 정도일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사병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양쪽 모두 만족하는 ‘윈-윈’ 게임이다.

하지만 나랏돈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복지 확대 요구가 달갑지 않다. 한정된 예산을 한쪽에 집중 배분하면 다른 쪽에서 구멍이 나거나, 빚을 내서 돈을 구해와야 한다.

재정 건전성 확보는 요즘 전 세계의 관심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요국들이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25조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2008년 이후 매년 적자재정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14조3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몇 년간 들어오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보니 나랏빚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과 달리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당초 2014년에서 2013년으로 1년 앞당겨진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3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뚜렷한 재원확보 방안도 없이 발표되고 있는 정치권의 복지 정책들에 재정부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재정부 내부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내년 균형재정은 이미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재정부 정책조정국에서는 최근 여야가 발표한 복지 정책의 타당성 분석에 착수했다. 실현 가능한 것인지 여부에서부터 우선 순위를 두고 검토할 만한 것인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입법권을 가진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특히 그렇다.

익명의 재정부 관계자는 “선심성 예산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지금 정치권을 견제할 수 있는 주체는 국민뿐”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