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명예회장님은 25세에 자동차 수리업으로 창업을 하셨습니다. 지금의 현대자동차가 있을 수 있었던 것도 그때 아버님을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정몽준 의원)

아산나눔재단이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을 출범했다. 정진홍 이사장과 정몽준 명예이사장(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아산나눔재단 임원진과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등 기금 출연회사 대표들은 28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 정주영 창업캠퍼스에서 정주영 엔젤투자기금 출범식을 가졌다.

투자기금은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570억원을 출연한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90억원), 현대삼호중공업(90억원), 현대오일뱅크(90억원), 현대종합상사(30억원), 하이투자증권(30억원), KCC(50억원), 한국프랜지공업(30억원), 현대백화점(20억원) 등 아산나눔재단에 참여한 기업들이 별도로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정 명예이사장은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엔젤투자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하는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산나눔재단을 계기로 엔젤펀드가 활성화하는 사회·경제적 분위기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은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기금은 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해봤어”라고 물으며 도전과 창업정신을 일깨웠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쓰일 예정이다. 투자 대상은 예비 창업자와 창업 초기 기업으로, 재단 내 기금관리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한양대 교수)는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초기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실질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정주영 명예회장 별세 10주기를 맞아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창업자 가족과 관련 기업이 5000억원을 출연해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주영 창업캠퍼스 설립, 창업 경진대회 후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엔젤투자기금 결성을 위해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하면 재단 기금 규모가 총 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