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가한 '공모형 PF 대책'
국토해양부는 지난 1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PF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1차 설명회를 열었다.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프로젝트금융회사(PFV)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공모형 PF사업은 전국적으로 27개, 금액 기준으로 74조원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의 핵심 상업·업무시설 기능을 담당하는 공모형 PF사업이 중단되면서 신도시 입주민들은 쇼핑 치료 사교육 등을 위해 인근 옛 도심지역으로 원정을 다니고 있다.

조정위는 땅을 매각한 공공기관과 PFV로부터 조정 신청을 받아 양쪽 입장을 조율해 조정계획안을 내놓는다. 사업이 늦어지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건설사와 토지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공공기관,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을 감안할 때 조정위의 출범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설명회 첫날부터 실효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조정위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훈령에 근거해 설치된 까닭에 강제성 있는 조정을 할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정위가 첨예한 이익이 대립하고 있는 사안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설명회에서 쏟아졌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류월드’ PF사업을 진행 중인 P사 관계자는 “발주처와 합의를 못해 조정을 신청하는 상황에서 강제성이 없는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누가 쉽게 따르겠냐”며 “생색내기용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정위가 조정계획안을 확정하더라도 발주처나 PFV 중 어느 한 곳이 수용을 거부하면 조정은 소득없이 끝난다.

국토부도 조정위의 한계를 인정한다. 김재정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법안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일단 훈령으로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고, 6월 새 국회가 구성되면 특별법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위 설치 정도의 조치로는 공모형 PF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PF사업이 또 다시 장기 표류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건 하나 사러 차를 타고 기존 도심으로 가야 하는 신도시 입주민들의 불편을 생각하면 정부의 공모형 PF 대책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