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의 7번째 M&A…日 화장품社도 품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59·사진)이 일본 내 화장품 통신판매 1위 업체인 ‘긴자 스테파니 코스메틱스’를 사들이면서 인수·합병(M&A)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차 부회장은 2005년 1월 LG생건의 수장을 맡은 뒤 생활용품 위주였던 회사의 주요 매출군을 화장품, 음료로 확대하기 위해 코카콜라음료 해태음료 더페이스샵 보브 등을 줄줄이 매입했다. 7년여 동안 인수·합병에 투자한 돈만 9534억원. 이번 긴자 스테파니 인수는 그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향수를 제외하고는 국내 업체가 해외 화장품 제조·유통업체를 인수한 첫 사례다.

LG생건은 긴자 스테파니의 지분 100% 인수 계약을 26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1차로 지분 70%를 91억엔(약 1319억원)에 매입하고, 나머지 30%는 3년 안에 이익증가분을 반영한 금액으로 계산해 지불하기로 했다.

긴자 스테파니는 안티에이징 화장품 브랜드 ‘월드 원’ ‘퓨어드 100’과 천연식물성 화장품 브랜드 ‘뷰티풀 스테파니’를 판매하고 있다. 2010년 매출은 1437억원, 영업이익은 281억원이었다. 도쿄 긴자에 10층짜리 사옥을 갖고 있으며, 종업원 수는 300여명이다.

LG생건이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은 약 41조원(업계 추정)에 달하는 일본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서다. 국내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지만 일본은 화장품·생활용품 모두 한국보다 6~7배 규모로, 미국에 이어 2위로 꼽히는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이날 일본에서 긴자 스테파니와 계약을 맺은 뒤 “일본에서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 경험이 풍부한 이 회사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숨 더페이스샵 보브 등의 일본 내 판매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생활용품 사업도 진출시켜 일본 안에 ‘또 하나의 LG생건’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생건의 화장품 브랜드를 통신판매 형태로 판매할지 등 구체적 방안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일본 유통업체 TJI를 통해 세제 섬유유연제 치약 등을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작년엔 대형 할인업체인 이온과 손잡고 더페이스샵 매장을 400여개로 확대했다. 또 작년 하반기엔 발효화장품 브랜드 숨을 일본 롯데닷컴 온라인몰에서 팔기 시작하는 등 일본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차 부회장은 “시세이도 가네보 등 일본산 브랜드가 선두를 달리는 일본 시장은 폐쇄적 성격이 짙긴 하지만 장기적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최근엔 소비성향이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성장성이 높기 때문에 LG생건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