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역세권 시프트 정책 '오락가락'
서울시가 이르면 7월 서울 시내 역세권 중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지을 수 없는 구역을 지정한다. 업무·상업 기능이 강한 역세권에 시프트가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역세권에 시프트를 지으면 용적률을 높여 건립가구를 늘려 주겠다는 서울시의 지난해 5월 발표를 믿고 개발에 뛰어든 사업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역세권 시프트 제한”…조례 개정

서울시 역세권 시프트 정책 '오락가락'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역세권 시프트 건립 가능지역을 지정하기 위해 ‘토지이용 합리화를 위한 역세권 기능 정립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오는 7월 용역이 끝나면 같은 역세권이라도 업무·상업용도로 개발해야 하는 곳과 시프트 등 주거 기능을 넣을 수 있는 곳을 구분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별로 용도나 허용 용적률 규모를 차등화하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조례시행규칙’을 만들어 이르면 7월 중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역세권 시프트 제한 방침은 지난해 7월 개정된 도시계획조례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이 조례에 시프트 건립지역을 ‘시장이 정하는 지역’에서 ‘규칙으로 정하는 지역’으로 바꿨다. 서울시장 재량이었던 종전 기준을 강화, 앞으로는 특정 지역으로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냉탕 온탕 시프트 정책’

서울시가 역세권 시프트를 제한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한 사실은 관련업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에 앞서 시프트 활성화 방안까지 내놓아 혼선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역세권 시프트 활성화 대책(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관련 지구단위계획 수립 및 운영기준)을 발표했다. 이는 역세권에 일반아파트와 함께 시프트를 지을 때 허용하는 ‘용적률 인센티브’ 대상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 고밀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역세권 시프트 건립제한 방침이 알려지면서 일선 사업장에서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두 달 만에 규제를 강화하는 조례를 만든 셈”이라며 “행정의 일관성을 잃어 시정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 등을 구성해 시프트 건립을 통한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장은 오목교·사가정·용마산·등촌·방배·신목동역 일대 등 40~5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초기 사업장 피해 불가피

서울시가 역세권 시프트 제한 지역을 지정하면 역세권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역세권 시프트 건립 허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부 지역은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된다. 이미 개발에 착수한 곳도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왕십리역 인근에서 역세권 시프트 사업을 추진 중인 한 시행사 관계자는 “작년 서울시의 시프트 활성화 대책 이후 주민동의서를 걷는 데 들어간 운영자금과 설계비 등의 명목으로 20억원 넘는 자금이 들었다”며 “용적률 인센티브가 없으면 사업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방동에서 80여가구 규모의 역세권 시프트 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이 힘들어 역세권 시프트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며 “계속 진행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별도 경과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자문회의나 심의절차 등을 밟고 있는 사업장 등은 종전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행정절차 입증이 힘든 초기 사업장은 구제받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