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표 11명의 기소 사태로 잘 알려진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만 손해를 볼 뿐 아니라 실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시장이라며 폐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증권사 대표들의 대규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오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ELW 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의지는 강력하다.

오는 ELW시장에서 3월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의 역할을 제한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시행되면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난망'
ELW 시장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것은 이 시장의 문제가 당국의 고강도 규제에도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LW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LP인 증권사와 단타 매매를 하는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만 이익을 얻고 다수의 개인투자자는 손해를 보게 되는 시장 구조다.

ELW의 독특한 유통구조 속에서 LP는 독점적인 공급자 역할을 하게 된다.

투자자들이 ELW를 하루 이상 보유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장이 열릴 때 LP가 공급한 ELW는 장 마감을 앞두고 대부분 회수되기 때문이다.

LP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매도 호가를 높게 내 손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ELW 가격이 같은 기초자산의 옵션보다 높게 책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P와 함께 ELW 시장의 `승자'로 분류되는 것은 `스캘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가격 수준 자체보다는 가격 추이에 따른 단타 매매를 주로 하기 때문에 LP의 호가 방식을 예측해 이익을 낸다.

이 때문에 ELW 시장은 LP와 스캘퍼들의 공생 관계가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스캘퍼들은 작년 검찰의 ELW 시장 불공정거래 수사로 활동이 위축되는 듯했으나 최근 시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법원이 스캘퍼들에게 전용회선을 내준 증권사 임직원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 스캘퍼들의 전용회선 사용이 합법화되면 이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ELW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2006년부터 5년 동안 1조8천16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거래소는 5년간 725억원의 이익을 봤고 유동성공급자(LP)도 작년 1천67억원을 벌었다.

ELW 시장은 한방을 믿고 불나비처럼 뛰어든 개미들에겐 '무덤'이나 다름없지만 거래소와 증권사들은 판만 벌여 놓기만 하면 쉽게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당국 ELW 시장구조에 `메스'…업계 반발
금융당국이 3차 ELW 시장 건전화 방안에서 LP의 호가 제출 방식을 제한하려는 것도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3월 시행 예정인 방안은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을 시장스프레드 비율이 15%를 초과하는 경우 8~15%로만 제출할 수 있게 하고 상장 심사기준을 강화해 상장 종목 수도 통제하기로 했다.

LP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고 상장 종목 수도 제한되는 초강도 조치다.

거래소 관계자는 "1, 2차 건전화 방안과는 달리 이번 방안은 LP의 호가 제출 행위를 직접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층 강화된 규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이번 방안에 대해 "증권사가 LP 역할을 하며 시장을 좌우하는 현상을 어느 정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이 방안이 시행되면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상 시장이 고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의 방안은 ELW를 상장시켜놓고는 `매매를 많이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과 같다.

시장이 위축되고 증권사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간접적인 유동성 공급 등 ELW의 긍정적인 측면도 봐야 한다.

ELW 시장을 규제해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팽창하는 등 `투기성'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선량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재과열 되풀이…폐지론까지 등장
당국의 대책이 또다시 나오는 이유는 ELW 시장의 과열 현상을 진정시키려고 기본예탁금 1천500만원까지 부과해 개미들의 진입 장벽을 높였으나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LW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기본예탁금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 작년 8월 9천336억원으로 급감했으나 같은 해 12월에는 1조249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11월에는 1조4천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10월 ELW 계좌에 대한 기본예탁금 1천500만원 부과 제도가 시행되면서 ELW 거래계좌는 줄었지만 거래대금까지 줄이지는 못했다.

ELW 거래계좌는 6월 3만8천964개에서 점차 줄어들어 10월 2만2천936개까지 줄었다.

거래량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기본예탁금 제도가 전면 시행된 작년 10월 40%대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50%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LW 상장종목수는 9월까지 9천개 이상이었지만 10월부터 감소해 1월20일 현재 6천981개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인에 불공정한 시장 구조를 바로잡되 시장 자체는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전상경 교수는 "파생상품시장의 위축 자체는 합리적이지 않지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변동되는 점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도록 종목 수를 줄이고 원본 종목의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많은 종목 위주로 거래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런 대책에도 `규제-재과열'이 계속돼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다면 ELW 시장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ELW 시장 건전화 대책의 효과 및 전망'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의 손실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도 한탕을 노린 투기적 위험거래와 불공정 거래 요소가 사라지지 않으면 ELW 시장의 구조조정 즉 폐지 등 장기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강종훈 이영재 기자 jaehong@yna.co.krdouble@yna.co.kr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