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의 선율] 넋을 잃은 관객들은 무대 뒤 고통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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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드가 '오페라좌의 발레 공연'
돈 벌려고 손댄 발레그림…대중성 업고 큰 인기
거친 붓터치·파격적 구도, 화폭 곳곳 실험정신 충만…인상주의 대표 작가 '우뚝'
돈 벌려고 손댄 발레그림…대중성 업고 큰 인기
거친 붓터치·파격적 구도, 화폭 곳곳 실험정신 충만…인상주의 대표 작가 '우뚝'
당시 파리는 유럽 발레의 중심지였다. 19세기 전반에 비해서 다소 열기가 식긴 했지만 발레는 여전히 상류층과 중산층의 고급스러운 여가활동의 하나임이 분명했다. 대중들이 발레에 열광한 것은 이것이 음악과 미술, 연극을 결합한 오감 만족의 종합예술이라는 점이었다. 여기에 늘씬한 무용수들의 고혹적인 자태를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공개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숨길 수 없는 인기의 비결이었다. 영민한 지성의 소유자인 드가는 이런 발레의 양면성에 주목했다. 게다가 그때까지만 해도 발레리나를 그린 화가는 없었다. 돈이 될 게 분명했다. 그가 자신의 발레 그림을 종종 ‘상품’이라고 얘기한 것은 자신의 착잡한 심사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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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발레리나들의 연습 장면을 관찰한 곳은 파리 오페라 광장의 중심에 위치한 국립 파리 오페라좌, 일명 가르니에 극장이었다. 제2제정기(1852~1870) 파리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망 남작의 명에 따라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1825~1898)가 설계한 이 극장은 1875년 문을 열었다. 화려한 네오 바로크 양식으로 건설된 이 극장은 노트르담 성당과 함께 단숨에 파리의 명물이 됐다. 특히 이곳은 쥘 페로 같은 당대 최고의 안무가가 발레리나 지망생을 지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세의 등용문이나 다름없었다.
드가는 발레 연습실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혹독한 연습에 시달리는 발레리나의 고통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했고 그 모습을 생생히 기록했다. 돈이 궁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드가가 화가로서의 자존심마저 내던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인상주의자 그룹에 가담하면서 실험을 거듭해온 새로운 화법을 발레리나를 그릴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드가는 인상주의자들과 어울리긴 했지만 그들과는 다른 재현의 방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모네와 르누아르, 피사로가 자연광 아래 펼쳐지는 대자연의 순간적 인상을 야외에서 포착한 데 비해 드가는 실내에서 펼쳐지는 도시민의 삶에 주목, 실내 작업을 고집했다. 그러나 그 역시 빛의 요소를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았고 실내조명 아래 춤추는 대상의 순간적 느낌을 화폭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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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자를 당혹케 하는 것은 바로 무대 아래쪽에서 발레리나의 연기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의 잘린 머리다. 마치 실수로 잘못 찍힌 스냅 사진을 연상케 하는 이 ‘만행’에 가까운 구도는 드가가 즐겨 사용한 표현 방식으로 당대 한창 인기를 끌었던 에도시대 일본 판화의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른쪽의 윗부분만 드러난 현악기는 이 그림이 오케스트라의 위치에서 그려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빛의 효과도 남다르다. 앞쪽 무용수의 발레복은 빛을 받아 다리와 같은 색으로 그려졌다. 흰색의 발레복도 조명을 받아 누런색으로 묘사됐다. 붓의 터치 역시 형태에 집착하기보다는 순간적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빠르고 거칠게 내달은 모습이다. 결국 화가는 자신의 새로운 회화적 실험을 위해 발레 공연을 일종의 제물로 삼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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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듣는 명곡 라벨의 발레곡 '볼레로'
이 음악은 라벨의 마지막 발레곡으로 러시아 출신의 명발레리나 이다 루빈슈타인(1885~1960)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것이다. 루빈슈타인은 그에게 스페인 작곡가인 이삭 알베니스의 ‘이베리아 모음곡’ 중 6곡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라벨은 볼레로라는 스페인 춤곡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라벨은 오케스트라들이 자신의 곡을 연주하길 꺼릴 것이라고 조바심을 냈지만 1928년 파리 오페라좌(가르니에 극장)에서 이뤄진 초연은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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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범 문화전문기자 · 미술사학박사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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