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청약예·부금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주택 관련 수신상품에 초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가입 수요가 적은 데다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는 이자를 조금만 줘도 어차피 통장을 쉽게 옮길 수 없어서다. 소비자들은 은행권이 저리의 주택예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청약예금 최저금리 연 2.85%

은행들, 주택예금에 '쥐꼬리 이자'로 폭리
12일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청약예금에 연 2.85%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1년 이상 은행 수신상품 중 최저금리다. 국민은행은 연 3.15%를 지급하고, 신한은행(3.1%) 하나은행(3.1%) 우리은행(3.35%) 등도 3%대 초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최고금리가 연 3.6%(광주은행)에 불과할 정도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연 4.0% 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청약예금은 200만~1500만원을 은행에 예치하면 지역에 따라 6개월에서 2년이 지난 후 민영 아파트 청약 자격을 주는 상품이다. 대부분 고객들이 한 번 목돈을 넣은 뒤 매년 자동 재예치하고 있다.

적금 형태인 청약부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대형 은행들은 연 3.2~3.5%를 적용하고 있다. 복리식 상품이 아니어서 이자를 통장에 쌓아둬도 추가 이자가 붙는 구조가 아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다고 해서 다른 은행으로 갈아탈 수 없다”며 “청약 자격을 유지하려면 어차피 통장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처음 가입할 때는 0.2%포인트 정도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7년짜리 장기 적금상품인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에도 연 3.6~4.0%의 ‘쥐꼬리’ 이자만 주고 있다. 특히 가입한 지 3년이 지난 사람에 대해서는 연 3.3~3.5%의 기본 고시이율만 적용한다. 은행 관계자는 “장마저축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비과세에다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는데 굳이 높은 금리를 줄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을 합치면 연 6~7%짜리 정기예금과 맞먹는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은행권, 금리 장사로 폭리 취해”

소비자들은 은행들이 ‘주택예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소 2년 이상 가입하는 장기 수신상품인데도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저리로 묶여 있는 주택 관련 수신상품만 20조~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금리를 1%포인트만 낮춰도 연간 2000억~3000억원씩 앉아서 이익을 내는 구조다.

국민은행의 청약예금 잔액은 현재 5조4000억원(123만계좌)에 달한다. 청약부금 잔액은 1조600억원이고, 장마저축 잔액은 3조2800억원이다. 우리은행은 청약예·부금 잔액이 6120억원, 장마저축 잔액이 1조2000억원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주택 관련 예·적금을 취급하면서 얻을 수 있는 고객 유치 등 부대 효과를 감안하면 초과 이익 규모가 훨씬 커진다”며 “장기 수신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금리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들이 가입 초기엔 경쟁적으로 고금리를 제시하다 1년만 지나면 이자를 낮추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형 은행일수록 더 낮은 수신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