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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장관 없는 장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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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보미 경제부 기자 bmseo@hankyung.com
    [취재여록] 장관 없는 장관회의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농축산물 가격 급등락과 한우값 폭락 등에 대해 설명했다.

    비슷한 시간에 열린 올해 첫 재정위험관리위원회.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였다. 농식품부는 서 장관 대신 이상길 1차관이 나갔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재정사업 심층 평가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난주 농식품부가 기자간담회 일정을 잡은 직후 기획재정부가 회의 개최 일정을 통보해오자 서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미루지 않고 회의에 불참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회의는 오전 9시30분 중앙청사에서 개최되는데 간담회는 11시 과천에서 열려 시간이 맞지 않았다”며 “회의보다 기자들과의 선약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다른 장관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참석 대상인 11명의 장관 중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박재완 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등 2명이었다. 장관 3명은 전날 밤까지는 참석하기로 돼 있었지만 회의 당일 아침에 불참을 통보했다.

    다음날 열린 장관급 위기관리대책회의에도 차관들만 수두룩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불확실성이 지속됐던 지난해 9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전환한 이 회의는 매주 16개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여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박 장관, 서 장관, 유영숙 환경부 장관 등 3명만 모습을 비쳤다. 회의를 주재하는 장관과 논의 안건인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현황 및 대응’과 관련된 부처 장관들만 참석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들은 자기 부처 안건이 올라가는 날이 아니면 대개 차관들을 참석시킨다”고 전했다.

    정부의 국정 방향과 주요 정책들은 각 부처와 위원회의 수장인 장관들이 모인 회의에서 조율되고 결정된다. 재정위험관리위원회, 위기관리대책회의, 물가관계장관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의 회의 참석자를 대통령령으로 일일이 ‘장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관행적으로 차관을 회의에 보내는 건 직무유기로 비판받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레임덕 없이 정책들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그 바람이 지켜질지 걱정스럽다.

    서보미 경제부 기자 bm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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