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자본이득세 폐지…·中 환율조작국 지정"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을 공화당 후보를 가리는 두 번째 경선에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압승했다. 지난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만 참여하는 경선)에 이어 2연승을 한 롬니의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를 꺾을 그의 정책 공약이 주목된다.

롬니 전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에서 치러진 첫 공화당 프라이머리(당원과 일반인이 함께 참여하는 경선) 투표에서 39%의 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경선 전날 제기된 그의 기업 경영 전력은 큰 악재가 되지 못했다. 2위는 론 폴 하원의원(23%)이었다. 첫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8표 차이로 2위에 올라 돌풍을 일으켰던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9.3%로 5위에 그쳤다.

롬니 "자본이득세 폐지…·中 환율조작국 지정"
롬니가 제시한 공약은 정치적 철학이 있다기보다는 대부분 오바마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증세에 반대 기치를 내걸었다. 균형예산을 달성하고 주식과 채권 매매, 배당, 이자소득에 붙는 세금을 모두 폐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기조에 맞춰 “규제는 세금과 같다”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철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보험 개혁을 두고 오바마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의보개혁법을 폐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오바마의 의보개혁법처럼 전 주민이 의무적으로 의보에 가입하도록 한 그였지만 방향을 선회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불법 이민자가 일정한 세금을 내면 합법 이민자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오바마의 이민 개혁법에도 반대하고 있다.

롬니 전 주지사의 외교안보 정책은 강경 일변도다. 그는 북한을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깡패국가’라고 비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최선의 정책은 북한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거나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지 않겠지만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위안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본때를 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보다 외교와 대화로 풀어간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부의 구제금융 정책에 대한 롬니의 시각은 다소 헷갈린다. 금융사 구제는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오바마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구제한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전에 이들 업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