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다보스포럼은 여전히 말의 성찬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창립자는 자본주의 위기를 논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통합이 빠져 문제가 생겼다. 우리는 죄를 지었다”는 고해까지 했다고 한다. 수천만원씩의 참가비를 생각하면 슈밥에게는 고해조차도 언어의 장식물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유럽 통합이 없으면 유럽 전체가 휴양지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며 행사용 멘트를 날렸다.

소위 ‘엘리트’(참가자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들은 이런 거대담론 속에서 자신들을 세상의 방향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를 끌어가는 것은 치열하게 생산활동을 벌이는 기업가들이지 말의 성찬을 만들어내는 이들 다보스당(黨)에 있지 않다. 미래학자인 폴 케네디는 아예 “앙시앙 레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며 “자신들의 돈을 스위스 프랑이나 순금, 미국채, 석유선물 등으로 옮겨 태우는 것에만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다”고 다보스 참가자들을 꼬집었다. FT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들은 자신의 비밀금고를 점검하거나 스키를 타러 다보스에 간다”고 비꼬았다.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논조다. 한물간 정치가들이 다보스에서는 더 바쁘게 움직인다. 일본의 간 나오토 전 총리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기서도 유명 인사다. 참가자들은 이들 명망가들과 사진도 찍고 일자리도 찾는다. 슈뢰더 전 독일총리와 르기에로 전 이탈리아 재무장관이 여기서 새 일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 장사꾼과 고급 로비스트들의 한철 장사다. 다보스는 그렇게 시장경제 체제와 혼동을 일으키면서 대중의 분노를 자극해왔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트렌드로 백인의 퇴조와 아시아인의 증가를 꼽는다. 우리나라에서도 50여명이나 참석했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신문인 닛케이는 어제 다보스 관련 기사를 1단짜리로 처리했다. 다보스발 말의 성찬으로 지면을 도배질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게 한국의 지적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