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K팝이 단명할 것이란 우려
K팝의 기세가 대단하다. 지난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K-POP’을 조회한 나라의 수가 235개국이라고 한다. 유엔 가입국(193개국)이나 FIFA회원국(208개국)보다 많다. 일본 미국 중국 중동에선 물론 아프리카의 우간다, 서인도제도의 과들루프라는 섬나라에서도 K팝을 듣는다. 인터넷을 통제하는 북한에서도 188번 조회됐을 정도다.

총 조회 수는 23억회나 된다. 2010년 8억회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더구나 유튜브에선 별도의 음악장르로 분류됐다. 팝 록 R&B 랩 포크 레게 등 기존 장르에 K팝이란 새로운 분야가 추가된 것이다. 엄밀히 말해 음악 장르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해 별도 카테고리로 나눴다고 한다. 특정 국가의 음악이 하나의 장르로 분류된 것은 처음이다. K팝이 세계인의 음악으로 위상을 다져간다는 증거다.

작년 235개국 23억회 조회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을 1960년대 비틀스의 미국 점령에 빗대 ‘코리안 인베이전’으로 표현했다.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한국의 기업과 소녀시대는 기술지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전략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과 홍보가 훨씬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방신기 일본투어, 슈퍼주니어 월드투어, 빅뱅 컴백 콘서트, 비스트 월드투어 등 현지 공연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다. 그 기저에는 노래 실력에 대한 의문이 자리잡고 있다. 춤과 비주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으나 가창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아이돌 가수라고 다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춤과 외모에 비해선 노래가 뒤로 밀리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라이브에서 음정을 잘 못 맞추는 경우는 흔하다. 발음이 부정확해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음색에서도 뚜렷한 개성이 발견되지 않는다. 노래 자체도 후크송(짧은 후렴구에 반복된 가사로 흥겨움을 주는 음악) 일변도다. 음악의 기본보다는 순간의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는 느낌이다. 마음으로 곡을 쓴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조립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가창력 등 기본을 키워야

반복 훈련으로 테크닉만 뛰어나지 정신과 가슴이 없는 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소녀들’(르 몽드) ‘노예계약 문제와 왜곡된 한국 음반시장’(BBC)이란 쓴소리도 들린다. 우리를 은근히 깔보고 시샘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도 있다.

이렇다 보니 다운로딩 차트에서 1위 자리를 2주 이상 지킨 사례가 별로 없다. 유통기한이 지나치게 짧은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탓도 있지만 노래가 가슴을 파고들지 못하고 그저 소비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다양성도 부족하다. 젊은 취향이 중심을 이루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주류에서 벗어난 노래도 숨쉴 공간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음악 생태계가 건강해질 게 아닌가.

K팝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다. 세계 각국 팬들이 우리 가수들에게 환호하는 것을 보는 것은 짜릿하다. 그러나 긴 흐름으로 정착하려면 기본을 갖추고, 질리지 않을 메뉴를 다채롭게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K팝이 잠깐 반짝하다가 흐지부지 사라지도록 해선 안 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