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필자가 소속한 연세대 경제학부에 한 사건이 있었다. 연구 업적이 가장 좋은 교수 중 한 분이 서울대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작년에 같은 일이 있은 뒤 두 번째다. 이것은 연세대뿐만이 아니다. 고려대 경제학과도 최근 두 명의 교수가 서울대로 옮겼다.

물론 연세대와 고려대도 다른 대학으로부터 교수가 옮아오곤 한다. 앞으로 나간 분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른 대학으로부터 교수를 모셔와야 할지 모른다. 이처럼 최근 10여년간 교수 이동이 활성화된 것은 대학 간 경쟁 때문이다. 경쟁이 도입되다 보니 우수교수를 서로 영입하려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이동이 ‘일방통행’이라는 것이다. 우수교수가 ‘서열’이 낮은 대학으로부터 높은 대학으로 옮길 뿐, 그 반대 경우는 드물다. 그 결과 교수의 이동성 증가가 바로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우수교수가 서열이 낮은 대학으로 옮겨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같은 선진국 예를 본다면 한 대학이 경쟁력 있는 분야를 특성화해서 좋은 조건으로 우수교수를 영입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실제로 연세대 경제학부도 서울대 경제학부를 대상으로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다. 서울대가 국립대학으로서의 인사나 재정의 경직성 때문에 붙들어 둘 수 없는 우수교수를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교수 이동은 그런 ‘틈새 뚫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부터 서울대가 법인화되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법인화돼 인사나 재정에 유연성이 생기면 그런 ‘틈새’도 사라진다.

서울대 법인화는 그 자체만 보면 타당성이 있다. 한국 제일의 대학이 세계 40여위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인사나 재정의 경직성으로 경쟁력이 제약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학 간 경쟁의 실제 양상은 그처럼 간단하지 않다.

지금 서울대가 하고 있는 경쟁의 대부분은 세계무대가 아니고 국내에서 일어난다. 세계무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경제학 같은 전공에서의 ‘국제학술지 게재 업적’ 정도뿐이다. 그것이 바로 우수교수를 판정하는 기준이지만, 그런 이유로 영입 대상이 되는 교수 대다수는 한국인이다. 그 외에 입학생 모집과 졸업생 취직, 대학의 발전을 위한 모금 같은 경쟁도 국내에서 일어난다.

국내에서 서울대의 문제점은 경쟁력이 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쟁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독점력을 갖고 있다. 최근의 경제학 교수 이동은 바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법인화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그런 독점력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

결국 세계적 차원에서 경쟁의 논리로 시행하는 서울대 법인화가 국내에서는 독점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대학의 단순 서열화를 격화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은 대학의 단순 서열화 문제를 싫도록 경험했다. 단순 서열화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입시 경쟁과 그에 따른 사교육 폐해의 주범이다. 그것은 타교 출신을 교수로 뽑아서 혼혈함으로써 대학 간에 건강한 학술 교류가 이뤄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물론 서울대 법인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대학이 서울대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은 ‘특성화’다. 특성화를 통해 적어도 일부 분야에서는 서울대와 대등한 경쟁력을 갖는 대학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서울대가 1위이고, 다른 대학은 2위를 놓고 경쟁하는 시스템을 고쳐야 하는 것이다.

그런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정부다. 서울대 독점을 만들어 놓은 것이 정부이니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정부다. 정부는 서울대 법인화만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다른 대학의 경쟁력을 올리는 추가조치를 취해야 한다. 연세대 경제학부의 교수 이동은 바로 그런 필요성을 말해 주고 있다.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