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부터 군총정치국 문건 서명…인간적 면모도 찬양
"김정은 동지가 장군님 생전에 자기 얘기 못하게 해"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준비된 지도자'로 인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해 들어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 시찰과 친필 편지 공개 등으로 `김정은 체제'의 조기안착에 힘써왔는데 이제 그의 후계자 시절까지 공개하며 20대 후반의 지도자를 `다재다능한 천재'로 포장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8일 대(對)주민 선전용으로 방영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는 김 부위원장이 2010년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 공식 데뷔하기 이전의 활동을 공개하면서 김 부위원장이 `준비된 지도자'임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합뉴스가 9일 기록영화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초부터 김 부위원장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북한 당국의 공식 문건이 10여건이나 됐다.

이들 문건 중 대부분은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 문건이다.

김 부위원장은 2010년 1월19일 인민군 총정치국이 작성한 `백두산 3대 장군의 영도사적을 빛내이기 위한 사업에 한생을 바쳐가고 있는 자료와 대책보고'라는 문건에 `동의합니다'라고 서명했다.

문건에서 `동의합니다'라는 표현은 그가 후계자 시절부터 군사 업무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도 1974년 후계자로 결정된 뒤 각 기관이 김일성 주석에게 올리는 보고를 동시에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록영화는 김 부위원장이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당시 `위성관제 종합지휘소'를 찾은 모습과 탱크에 직접 탄 장면도 보여줬다.

북한은 김 부위원장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중앙TV는 기록영화에서 "모든 것을 인민의 이익의 견지에서 보시고 인민을 위해서라면 천만금도 아끼지 않으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고 찬양했다.

기록영화가 김 부위원장이 평양의 개선청년공원을 찾아 놀이기구의 안전성을 직접 점검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기록영화 방영은 김 부위원장이 오랫동안 권력 승계를 준비해왔다고 강조해 `지도자 수업'이 짧다는 대내외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9일 이 기록영화를 "세계가 제대로 알지 못하였을 뿐 조선에서 영도의 계승 작업은 오래전부터 착실히 추진됐다는 것을 사실자료에 근거하여 웅변으로 말해주었다"고 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문은 김 부위원장의 찬양가인 `발걸음'에 대해서도 "그 노래는 무슨 선전선동을 위한 창작품이 아니라 현실을 방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이 그동안 자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말도록 당 규율을 통해 지시해 그의 비범한 업적과 사상이 김 위원장 생전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북한 학자의 주장도 나왔다.

북한 김철주사범대 철학부 강좌장인 정기풍 교수는 작년 12월30일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온라인매체 `민족통신'과 대담에서 "대장(김정은) 동지는 절대로 자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김정일 장군님만 얘기할 수 있도록 그렇게 당적으로 규율을 세워놨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위대한 장군님이 계실 때 이미 우리 김정은 대장 동지는 군대를 틀어쥐시고 당과 국가사업 전반을 영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우상화가 권력 장악 면에서 김 부위원장의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준다는 견해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