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명절' 표현 또 등장…개성공단 사실상 휴무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생일을 맞은 8일 겉으로는 별다른 축하행사 없이 차분하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김 부위원장의 생일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더러 포착됐다.

일단 북한 매체에서 김 부위원장의 생일임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1월 올린 비전향 장기수 김동기의 수기 `1월에 비낀 애국장정의 노래'를 다시 실어 눈길을 끌었다.

작년 1월28일 썼다고 소개된 이 글은 "1월8일, 올해의 첫 눈이 내렸습니다.

우리 인민은 새해의 첫 문을 열자마자 1월 명절을 맞이하게 되였으니 이런 행운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그 눈송이들은 수령복, 장군복을 대대로 누리는 우리 인민에게 안겨주는 하늘의 축복인 듯 싶었습니다"라고 돼 있다.

"그 눈송이들은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을 대대로 누리는 우리 인민에게 안겨주는 하늘의 축복인 듯 싶었습니다"라고 돼 있던 작년 1월의 글과 비교하면 `대장복'만 빠진 채 나머지는 그대로인 셈이다.

북한이 근년 들어 구정인 설날도 명절처럼 쇠지만 작년의 경우 설날은 2월3일이었다는 점에서 `1월 명절'은 당시 공식적으로 후계자 신분이던 김 부위원장의 생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이글은 작년에 "만경대와 백두산의 혈통을 이으시고 그 넋과 기개로 승리의 길을 이어가는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를 진심으로 받들고 따라야한다"며 김 부위원장에 대해 "세계 앞에 척척척 발걸음을 내 짚으신 우리의 대장동지"라고 찬양해 김 부위원장의 생일을 계기로 쓴 글이었음을 드러냈다.

남북경협의 현장인 개성공단에서도 김 부위원장 생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은 지난 6일 입주업체들에 `이번주 일요일에는 특별근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 요청에 따라 공단내 대부분 업체들은 이날 특근을 안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그동안 개성공단에서는 일부 업체가 일감이 밀려있을 때 일요일에도 대체근무나 연장근무를 해왔는데 북측이 김 부위원장의 생일을 감안해 근로자들을 쉬게 하려 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16일)은 민족 명절로 정해놓고 있어 개성공단 사업장도 이들 날에는 대부분 쉬고 있다.

북한은 이처럼 김 부위원장의 생일을 은근히 부각하면서도 경축 분위기는 수위를 조절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매체에서 김 부위원장의 생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부친인 김 위원장의 영결식을 마친 지 10여일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축제 분위기를 만들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김 부위원장의 인지도가 부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터라 생일잔치보다는 우상화가 더 시급한 시점이다.

실제로 북한 매체는 이날 김 부위원장을 찬양하는 데 주력했다.

조선중앙TV는 김 부위원장을 우상화하는 내용의 기록영화 `백두의 혁명위업을 계승하시여'를 방영하면서 "서방에 처음으로 알려진 김정은 대장이 100여일 만에 일약 세계 정치무대의 초점 인물로 부상했다"고 칭송했다.

또 우리민족끼리는 `힘차게 울리는 발걸음'이라는 제목의 수필에서 "김정은 동지의 철의 신념과 의지를 담아 울려 퍼지는 힘찬 발걸음 노래소리"라고 김 부위원장의 찬양가인 `발걸음'을 소개했다.

북한 매체가 새해 들어 `발걸음'을 자주 내보내고 있지만 이 노래를 김 부위원장의 찬양가로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