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년 계획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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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플랜에 초석 놓는 일…피나는 노력으로 여의주 얻길
손병옥 < 푸르덴셜생명 대표 bosohn@prudential.co.kr >
손병옥 < 푸르덴셜생명 대표 bosohn@prudential.co.kr >
아버지는 자애로운 분이셨지만 어린 시절부터 조금만 게으름을 피울 양이면 ‘사람은 고이면 부패한다’고 혼내곤 하셨다. 항상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며 작은 계획이라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면 나중에는 큰 사람이 돼 있을 것이라 하셨다. 지금 와서 보면 이런 작은 계획과 실천들이 필자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 것 같다.
나는 만 43세의 나이에 지금의 직장에 입사했다. 이미 인생 후반부에 여자의 몸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냐는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영업 중심의 회사에 본사 직원도 적어서 인사부장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우수한 직원들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내리라는 계획을 세웠고, 목표를 이루지 못한 날에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일했다. 내 맘속에 이런 큰 그림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고 목적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계획이란 자신과의 약속이다.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가치 있는 것도 가져오기 어렵다.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목표를 세운다면, 그런 도전의식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계획의 가치는 적지 않다. 올해 우리 회사의 목표 중 하나는 창조적 도전의식이다. 늘 통용돼 왔던 방식이 아니라 보다 유연하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차별화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나는 나만의 창조적 도전을 위해 페이스북을 배우기로 계획을 세웠다. 내 나이에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문화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안다. 하지만 지난 세월, 계획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이 돼 있는 일을 경험했기에 꾸준히 노력해 가려고 한다.
전설 속의 용은 반드시 여의주(如意珠)를 입에 물고 있거나 발가락으로 잡고 있다. 왜 용은 여의주를 물고 있을까? 글자를 풀이하면 여의(如意)는 ‘뜻대로’, 주(珠)는 ‘구슬’이므로 여의주는 ‘마음대로 하는 구슬’, 즉 모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의 구슬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전설 속과는 달리 노력 없이 주어지는 신비의 구슬은 찾기 어렵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잊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임진년 새해를 맞아 많은 이들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신년 계획을 세웠을 거라 생각한다. 용의 긍정적이고 활기찬 기운과 함께 꾸준한 노력으로 내년 이맘쯤에는 많은 이들이 조금씩 성장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바라 본다.
손병옥 < 푸르덴셜생명 대표 bosohn@prudential.co.kr >